이탈리아 만화가 지피 "만화에 일부러 메시지 담으려 하지않아"

입력 2017-06-14 16:11  

이탈리아 만화가 지피 "만화에 일부러 메시지 담으려 하지않아"

종말이후 세상 그린 그래픽 노블 '아들의 땅'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특별히 작품 속에서 사회적·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제 관심사는 어떤 이야기를 함으로써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독자들이 보기에 등장인물이 살아있는 생생한 사람들로 보이게 하는 데 있습니다. 다만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작업을 하다 보면 인물들을 다루는 방식에서 메시지가 실려 나오기는 하죠."

이탈리아의 유명 만화작가인 지피(GIPI. 본명 잔 알폰조 파치노티. 54) 14일한국을 찾아 한국 독자들과 만났다. 지피는 이날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래픽 노블 '아들의 땅'(La Terra Del Figli)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피는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이탈리아에서는 최고의 만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작가다. 2006년 '전쟁 이야기를 위한 노트'로 세계 만화계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최고작품상을 받았다. 201년에는 이탈리아 최고의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 관계자는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만화가 어느 정도로 작품성이 뛰어나길래 문학상 후보에 올랐냐며 화제가 됐다"고 소개했다.






최신작인 '아들의 땅'은 세계의 종말 이후 문명이 사라진 세계를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종말 이전의 세상을 겪은 아버지와 이전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두 아들이 주인공이다. 아버지는 문명이 사라진 미개하고 거친 세상에 맞설 수 있도록 아들들에게 글도 가르치지 않고 감정과 관련된 어떤 단어도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 아버지가 죽은 뒤 아이들은 아버지가 남긴 노트의 내용을 알아내려 하고 그것을 읽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이 과정에서 아들들은 현대 사회의 악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는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지피는 "작품 속 아이들은 완전한, 전적인 자유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선악을 떠난 자유, 잔인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는 행동들도 많이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것에서도 떠난 존재를 상징합니다. 이 아이들이 가진 것은 본능이죠.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모든 행동을 다 하는 동물들과 유사하죠. 반면 이들이 만나는 사람들은 최악의 행동을 하는 최악의 인간들을 상징합니다. 개인의 생각을 지워버리고 집단의 생각만을 추종하는 사람, 종교에 대해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사람들이죠."

'감정'이란 것을 모른 채 반(半) 야생 상태로 마치 동물처럼 살아가던 아이들은 여러 사건을 겪으며 자연스레 인간적인 감정을 회복해 간다. 마지막 아이들이 느끼게 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






작가는 작품마다 각기 다른 기법들을 사용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흑백의 해칭 기법(hatching. 가늘고 세밀하게 평행선을 긋거나 선이 교차하도록 해 음영을 표현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작품을 제작할 때마다 기법을 바꿉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 속에 미술 기법도 포함돼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이탈리아에서는 '수채화 작가'라는 말도 듣지만이 이야기에는 수채화 기법이 전혀 맞지 않아 쓰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원시적인 만큼 기법도 원시적인 것을 사용하고자 했죠. 또 하나의 이유는 독자들이 이미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나오는 대화나 말들로 감동을 하길 원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들의 땅'은 움베르토 에코의 '바우돌리노', 아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들',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 등을 옮긴 이현경 씨가 번역했다. 이현경씨는 "기존의 지피 작품들이 자전적 요소들을 담고 있는 데 비해 이 작품은 처음으로 제3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업"이라면서 "종말 이후 인간의 삶은 어떨지,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를 묻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288쪽. 1만8천원.

zitro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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