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대학생이 혼수상태로 귀환…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입력 2017-06-14 16:31   수정 2017-06-14 16:37

멀쩡한 대학생이 혼수상태로 귀환…웜비어에게 무슨 일이

식중독이라는 北설명에 의구심 증폭…'반복 구타설'도

1년간 면담 거부하던 北, 지난달 갑자기 회동 제안해 석방 협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북한에 17개월째 억류됐던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13일(현지시간) 혼수상태로 고향 신시내티에 돌아와 미국을 슬픔에 빠뜨렸다.

웜비어를 태운 비행기가 이날 밤 10시20분께 착륙하자 공항에 모여있던 친지와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하며 귀향을 축하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가 기내에 먼저 들어갔다가 몇 분 만에 나오자마자 웜비어의 참혹한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의료진이 들것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포착된 웜비어는 머리를 완전히 밀었고 코에 튜브를 꽂은 상태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웜비어는 대기하던 앰뷸런스를 타고 신시내티대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그의 부모는 성명을 내 "버림받은 정권에 의해 우리와 아들이 얼마나 괴롭고 공포에 떨었는지 온 세상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건강하던 20대 청년이 혼수상태에 빠진 원인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재판 이후 식중독인 '보톨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수면제를 복용한 후 혼수상태가 됐다는 것이 가족들을 통해 전해진 북한 측 설명이지만, 진위나 구체적인 정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웜비어가 북한에 구금돼 있는 동안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의 정보보고를 미 행정부가 최근 입수했다고 보도, 북한 측의 구타설을 제기했다.

이 관리는 "웜비어가 구타의 결과로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웜비어의 가족이 과거 친구들에게 '북한이 우리 아들을 죽였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고 NYT에 전했다.

WP는 어떻게 건강한 청년이 갑자기 깊은 혼수상태에 빠졌는지,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놓고 새로운 의문이 제기된다며 역시 북한 측 설명에 의구심을 표했다.

이 신문은 보톨리누스 중독증이 의식상실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1년 넘게 웜비어의 존재를 꽁꽁 숨기던 북한 측의 갑작스러운 석방 과정도 의문을 낳는다.

NYT와 WP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과의 사이에서 교섭 역할을 맡은 스웨덴 영사관 관계자들의 웜비어 면담 요청을 1년 넘게 거절해왔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된 미국과 북한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 사이의 '트랙 2' 비공식 대화를 통해 꾸준히 물밑 협상을 벌인 결과 스웨덴 대표가 북한에 억류 중인 4명의 미국인을 만나기로 합의했으나, 실제로 만난 것은 웜비어가 아닌 다른 3명 중 하나뿐이었다고 이들 매체는 전했다.

그러나 북한 측은 지난달 주유엔 북한대사를 통해 미국 측과의 긴급회동을 제안해 처음으로 웜비어의 복귀 가능성을 타진했다.

6월6일 뉴욕에서 열린 긴급회동에서 웜비어의 건강 상태가 처음으로 미국에 전달됐다. 북한은 웜비어의 석방 대가를 요구했으나, 조셉 윤 국무부 특별대표는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무조건 즉각 풀어줘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를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윤 대표와 의사 2명을 평양으로 보내 '즉각 웜비어를 만나 상태가 나쁘다면 곧바로 석방시켜 귀국 비행기에 태워 돌아오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지난 12일 평양에 도착한 윤 대표 일행은 지시대로 '인도적 이유'를 내세워 웜비어를 석방시키는 데 성공했고,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를 잘 돌보라"고 당부했다고 WP가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이 웜비어의 전격 석방을 결정한 것은 자국에서 사망할 경우 가뜩이나 고조된 북미 긴장이 더욱 악화할 위험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CNN 방송은 "만약 그가 죽었다면 북한의 협상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미국의) 보복을 촉발할 수 있었다"며 "북한이 그의 석방을 인도주의적 제스처와 선의의 제스처로 포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마침 웜비어의 석방 시점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과 모두 친분이 있는 전직 NBA(미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 시점과 맞물렸으나, 국무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로드먼의 역할론을 부인했다.

오히려 북한이 웜비어의 건강 상태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술책으로 로드먼을 이용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혼수상태로 돌아온 웜비어에 대한 각계 반응이 속속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부대변인을 통해 "웜비어의 귀환이 최우선이었다"며 "그가 혼수상태에 빠져 매우 슬프다. 웜비어, 가족들과 같은 마음으로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웜비어가 다니던 버지니아대 테리사 설리번 총장은 성명을 내 "버지니아대 전체가 오토의 복귀를 전해듣고 안도했는데 그가 혼수상태라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슬프고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웜비어는 억류되지 않았다면 지난달 졸업 예정이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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