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중들어서·시끄러워서"…분노조절 실패가 부른 극단범죄 범람

입력 2017-06-15 11:36   수정 2017-06-15 14:10

"꾸중들어서·시끄러워서"…분노조절 실패가 부른 극단범죄 범람

연세대 '텀블러 폭탄'·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사건 등

전문가들 "스트레스 해소법 몰라 혼자 고민…부적절한 방법으로 폭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현혜란 기자 = 최근 발생한 연세대 대학원생의 '텀블러 폭탄' 사건처럼 분노와 스트레스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심각한 범죄에 이르는 사례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연세대 사건 피의자인 대학원생 김모(25)씨는 논문 작성과 관련해 지도교수와 의견 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질책을 받자 교수에게 반감을 품은 끝에 범행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일에는 경남 양산의 한 고층아파트 단지에서 밧줄에 매달려 외벽 도색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휴대전화로 음악을 켜 놓자 한 주민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밧줄을 끊어 추락사하게 하는 참변이 벌어졌다.

올해 1월 서울 송파구에서는 한 60대 남성이 자신을 구박한다는 이유로 친형과 말다툼을 벌인 끝에 형을 살해한 뒤 시신을 이불로 싸 장롱에 숨기고 도주했다가 붙잡히는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요인을 남과 공유하는 등 적절한 해소책을 찾지 못한 이들이 결국 극단적 방식으로 감정을 폭발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일용 전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은 "스트레스 요인을 적절히 해소하지 못한 범죄자들은 다른 사람과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다"며 "남과 상의하거나 대화하지 못하고 혼자 고민하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폭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전 팀장은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하는 방법이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서로 방법을 찾는 일"이라며 "방치할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집단에서 배제하지 않고 노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자신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교수가 알려준 것을 꾸중했다고 받아들여 악감정을 품었다면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원활하게 해소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세대 사건의 경우 대학원생이 교수로부터 스트레스를 받기 쉬운 구조적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공계는 대체로 교수가 연구비를 따 대학원생을 먹여 살리는 체제라 학생은 '목숨줄'을 쥔 교수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며 "휴가도 없는 대학원생들은 이 시스템 속에서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당함을 느꼈을 때 고발하는 시스템은 없고, 도제식으로 교육되는 폐쇄된 실험실에서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외부에 알려지기 어렵다"며 "이 학생만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몰고 가기보다 공대 실험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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