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대1 바늘구멍 뚫기"…서울 공무원시험 D-5 노량진 학원가

입력 2017-06-20 07:15  

"86대1 바늘구멍 뚫기"…서울 공무원시험 D-5 노량진 학원가

문재인 정부 추가 공무원 선발 계획에 '기대감' 상승

'공공일자리 늘리는 것은 과도한 재정 부담'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손형주 양지웅 기자 = "간절하죠. 이번에도 낙방하면 부모님 뵐 면목도 없어요."

4년 전 작가의 꿈을 접고 공무원시험 준비의 길에 들어선 박모(32·여)씨는 이같이 말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소설가의 꿈을 안고 출판사에 입사했지만, 신춘문예의 벽은 높았고 중소 출판사에서 생계를 꾸리기도 쉽지 않았다.

박씨는 "출판사를 그만두고 세 차례 7급 공무원시험을 치렀지만 모두 떨어졌다"며 "올해는 눈높이를 낮춰 9급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는 24일 치러지는 2017년도 서울시 7·9급 공채시험을 불과 닷새 앞둔 1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은 초조해 보였다.

점심 무렵 노량진역 인근 식당가는 빈 테이블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공시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시생들은 저마다 홀로 식사를 하면서도 식탁 한쪽에 책이나 노트를 펼쳐놓고 막바지 시험 준비로 분주했다.

인근 카페에도 체육복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로 기출문제를 푸는 공시생들이 여럿이었다. 학원에서는 졸음을 쫓으려고 서서 공부하는 공시생들이 눈에 띄었다.




공시생들의 표정에서는 시험을 앞둔 긴장감과 함께 공무원 추가 선발에 대한 기대감이 교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공부문에서 8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내건 바 있다.

임기 중 안전·치안·복지와 관련된 공무원 17만4천명을 새로 채용하고, 나머지 64만 개의 일자리는 공공부문의 간접고용을 직접고용화하는 방식 등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일 연내 1만2천명의 공무원을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실제 노량진 일대에서는 '대통령 공무원 채용 의지 뚜렷. 공시 채용 절호의 기회'라고 적힌 전단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가 교육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한다는 장모(31)씨는 "주로 경찰과 소방 쪽으로 인원이 는다고 들었는데 행정직 쪽도 그런 발표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한시라도 빨리 구체적인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반행정직 시험을 준비하는 박모(30)씨는 "2년 동안 꾸준히 준비해서 이제 시험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모의고사 문제지를 꾸준히 풀어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초조하다"고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당장에 눈앞에 닥친 시험들을 준비하느라 (정부 발표를)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 시험학원 관계자는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상담을 받는 이들이 종종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되지 않아 현장에서 뚜렷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장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더라도 새 정부 공약에 힘입어 취업시장에는 공시생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23일 YBM한국토익위원회가 대학생과 직장인 6천405명에게 설문한 결과 58.5%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거나 이미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응답자 가운데 이미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은 14.8%였고, 앞으로 준비할 의향이 있는 사람은 43.7%로 각각 집계됐다.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재들이 적성을 찾지 못하고 공무원시험에만 몰리는 현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공분야에 일자리를 대폭 늘리는 것이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창규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무원 증원은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공공일자리만을 늘리기보다 중소 벤처기업을 돕는 식으로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인재개발원에 따르면 이번 서울시 공무원시험에는 1천613명 선발에 13만9천49명이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 86.2 대 1이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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