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는 이통 요금개편 '태풍의 눈'…"파급력 엄청"

입력 2017-06-25 08:30   수정 2017-06-25 08:34

보편요금제는 이통 요금개편 '태풍의 눈'…"파급력 엄청"

LTE 데이터 요금제, 제공량 확대로 약 1만원 인하 효과 기대

이통업계 반발·정부 시장개입 논란 '변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보편요금제'는 향후 이동통신 요금개편의 '태풍의 눈' 역할을 전망이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경우 통신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고 현행 요금제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기대된다.

변수는 이동통신업계의 반발과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과정에서 불거질 정부의 시장가격 개입 논란이다.

특히 이통업계는 단 하나의 당근책 없이 찍어누르듯이 압박하는 새정부의 태도에'소송불사'를 거론하며 반발하는 기류가 강하다.

개정입법 절차만 무난히 마무리되면 보편요금제가 내년에 출시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에 그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 정부, 보편요금제 준비작업 착수

23일 통신업계와 미래부에 따르면 정부는 적정 요금으로 기본 수준의 이동통신 음성·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해 이동통신사들의 요금제 개편을 유도하기로 하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보편요금제의 세부 사항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결정된다. 출시 이후에도 시장 상황을 반영해 형태를 조정해 나가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보편요금제를 출시할 법적 의무는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게만 부과되지만, 경쟁 원리에 따라 KT와 LG유플러스는 물론이고 알뜰폰 사업자 상당수도 이와 비슷한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편요금제는 부가가치세 포함 월 요금 2만원으로 음성 200분, 데이터 1GB(미사용 데이터는 다음달로 이월)를 이용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데이터 사용량은 현행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와 비슷하다.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요금제는 월 요금 기준으로 3만, 4만, 5만, 6만원대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이 요금제들은 SKT '밴드 데이터', KT '데이터 선택', LG유플러스 '데이터' 등 이름은 다르지만 유무선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가격은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책정하는 등 유사하게 구성돼 있다.

이통사에 따라 요금과 데이터 제공량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3만원대는 0.3∼1.2GB, 4만원대는 2GB 안팎, 5만원대는 3∼6GB, 6만원대는 10GB∼무제한 데이터(일부 속도 제한 조건)를 제공한다. 이런 방식의 요금제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중 약 절반이 이용하고 있으며 신규가입자의 대부분이 이를 택하고 있다.



◇ 출시시 연쇄 요금인하 전망…3만원요금제 데이터 2GB될 듯

앞으로 보편요금제가 2만원에 출시되면 현재 3만원대 요금제와 데이터 제공량이 비슷하게 된다.

보편요금제는 음성 제공량이 무제한은 아니고 200분이긴 하지만, 메신저 등으로 음성통화 사용이 주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고객이 많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이 3만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지금과 똑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되고, 제공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런 제공량 증가는 3만원 이상 요금제에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 확실하다.

미래부는 보편요금제 출시를 전후로 이통사들이 3만원대는 2GB, 4만원대는 3∼4GB, 5만원대는 4∼8GB로 요금제별 데이터 제공량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요금제 개편은 내년에 보편요금제가 출시되기 직전에야 이뤄질 공산이 크다.

사용자들은 똑같은 월 요금을 내고 훨씬 더 많은 데이터 사용량을 제공받거나, 데이터 사용량은 비슷하지만 요금 수준은 그보다 약 1만원 낮춰진 요금제로 갈아타는 두 가지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부는 이런 이통사의 요금제 개편에 따라 연간 약 1조2천억원의 가계통신비가 절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뿔난' 이통사 설득이 관건…법적 분쟁도 변수

그러나 이런 연쇄 효과를 불러 일으킬 보편요금제 도입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통신비 절감 대책 중 선택약정요금할인(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비율을 20%에서 25%로 늘리는 것은 이용자들의 단말기 교체 주기인 약 2년에 걸쳐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지만, 보편요금제는 도입 즉시 직접 영향이 있어 이통사들의 반발이 더욱 크다.

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사용량이 똑같을 경우 1만원씩 낮은 요금제를 사용해도 되기 때문에 사실상 요금을 약 1만원씩 인하해 준 꼴"이라며 "이통사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각에서는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계속 늘고 있으므로 매출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가입자당평균수익(ARPU)을 유지하려면 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갑절 가까이로 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른 이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회적 논의 기구를 통해 보편요금제의 요금과 상품 내용을 결정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요금상품의 가격과 내용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이통사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대리점 등 유통망에 대한 마케팅 비용 집행을 줄이는 등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통신업체들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에 업계의 강력한 우려를 전달하는 방안과 헌법소원이나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에 대해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하는 SK텔레콤과 경쟁사인 KT, LG유플러스, 그리고 알뜰폰 업체들은 공식적으로 말을 매우 아끼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취지를 알고 있으며, 해당 사안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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