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위기 근본원인은 망가진 '주식회사닛폰' 모델"

입력 2017-06-24 10:10  

"도시바 위기 근본원인은 망가진 '주식회사닛폰' 모델"

中 부상에 日모델 붕괴…"국책에 기대면 제2의 도시바 될 것" 경고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미국 원자력발전 자회사 웨스팅하우스(WH)의 7천억엔대 손실로 촉발된 도시바(東芝) 위기의 근본원인은 망가진 '주식회사 닛폰(日本)'의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도시바와 경제산업성 실패의 본질'이라는 커버스토리에서 "142년 역사의 명문기업이 위기를 맞았다"며 그 배경을 이같이 진단했다.

주식회사일본은 해외기술의 도입과 국산화, 그리고 보호막을 쳐놓은 국내시장에서 기업을 육성해 해외로 진출하는 정부 주도의 관민일체 성장전략을 상징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식회사일본의 비즈니스 모델 붕괴와 함께 1868년 일본 메이지유신 이래의 성공 모델에 집착한 경제산업성(옛 통상산업성)의 '국책(國策)'에서도 원인을 찾았다.

그러면서 국책이라는 정치색 짙은 용어를 통한 기업운영정책을 계속될 경우에는 "기업에 미래는 없다는 것을 도시바의 참상이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물론 알짜사업인 도시바메모리까지 2조엔에 팔게 만든 위기의 직접 원인은 2006년 WH 인수였다.

미국과 독일 등 원자력산업 선진국은 1979년 미 스리마일 원전,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뒤 원전사업을 수정하던 시기였지만, 일본의 관민은 원자력산업이 애물단지로 변하려는 징후에 신경쓰지 않았다. 원자력르네상스라는 환상에 휩싸여 국책이라는 이름으로 근거가 미약한 원자력산업에 매달렸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시 일본 관민은 규칙조차 모른 채 (원전 산업) 게임에 빠져 흥분한 플레이어에 지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원매자가 원한 가격의 3배(50억달러)를 써내 사업을 인수했다.




일본은 도쿠가와막부가 외국과의 교역을 제한하는 쇄국체제 아래에서 산업혁명조차 경험하지 못했다. 이 런 상황은 청나라가 구미에 농락당한 이후 일본이 구미의 기술 습득과 국산화를 국시로 삼은 배경이 됐다.

기술에서 밀리고 자본조차 빈약한 상태에서 일본 관민이 일체가 돼 추진한 산업진흥은 유효했다.

실례로 메이지정부는 1901년 청일전쟁에서 얻은 배상금 일부로 관민 제철공장을 조성한다. 이 제철소는 1934년 반관반민의 일본제철이 됐고 2차대전 종전 이후에는 재편을 거듭해 현재의 신일철주금에 이르게 된다.

주식회사일본은 가전이나 자동차에서도 성공해 수출에서도 구미 업체를 앞지른다.

구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근면한 국민성을 무기로 일본의 산업 라이벌이 된 중국은 세계시장에 참가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주식회사일본의 비즈니스모델은 최강이었다. 산업보호적인 정책을 통솔하는 통상산업성은 미국에서 '악명높은 통산성(Notorious MITI)'으로 불릴 정도였다.

원자력발전도 유사한 패턴으로 육성을 시도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기술을 도입해 국산화를 진전시켰다. 다른 산업과 달랐던 것은 정부와 전기전자업체가 일체화된 것은 물론 전력업계와도 유착됐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지역별로 시장을 독점하는 전력업계는 거액의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예산확보에 목마른 자치단체들에 보조금을 뿌려가며 원전 입지선정에 박차를 가했다.

2011년 사고가 난 후쿠시마 1원전을 지을 때도 도시바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콤비가 돼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중공업에 거의 균등하게 건설을 분배하고 기술개발을 했다.

그러나 주식회사일본의 성공모델은 일본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때부터 붕괴되기 시작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임금상승으로 비용 면에서 우위성이 거의 사라져서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동서냉전의 종말이다. 중국이 1990년대에 세계시장에 복귀하는 것을 통해 주식회사일본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원자력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거대 국내시장에서 원전 건설과 개발을 가속한 중국은 일본 관민의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경쟁자로 부상했다. 그런데도 일본 관민은 원전사업의 사업장래성 재평가에 실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식회사닛폰은 성공모델의 재현을 망상했다. 원전르네상스의 자기암시에 걸렸던 경제산업성 관료, 거기에 편승하려던 도시바가 행한 것이야말로 WH의 고가 인수"라고 탄식했다.

또 "메이지유신 이래의 주식회사닛폰은 파탄났다. 때마침 이번에는 회계조작으로 재무가 악화돼 경영체력이 없어진 도시바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문제가 노출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책이라는 것에 의지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피하는 기업은 제2, 제3의 도시바화될 것이다. 도시바의 다음은 당신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고 엄중하게 경고했다.

tae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