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20주년] ②노골화하는 중국 간섭…위태로운 '일국양제'

입력 2017-06-25 08:00  

[홍콩반환 20주년] ②노골화하는 중국 간섭…위태로운 '일국양제'

시진핑 집권후 통제강화…중국식 국민교육·국가안전법 강행우려

'나는 중국인' 인식하는 홍콩인 35%로 감소…젊은층은 3.1% 불과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1980년대 홍콩 주권 반환 협상에서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를 설득한 묘안이다. 중국의 홍콩 통치 원칙이 됐다.

1984년 12월 19일 발표된 '중-영 연합성명'은 1997년 7월 1일부터 홍콩의 주권을 중국으로 반환하되 2047년까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고도의 자치'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특별행정구(HKSAR)가 국방·외교를 제외한 사법·행정·입법 등 각 분야의 권한을 자체적으로 행사한다는 의미였다. 사회주의 체제 중국과 자본주의 체제 홍콩의 동거가 성공할지가 관심사였다.

주권반환 초기에는 일국양제가 성공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영국과 캐나다 등으로 이민 갔던 홍콩인들이 홍콩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주권반환 10년째였던 200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2년 전 홍콩에 대한 전망 보도가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홍콩은 아직 죽지 않았고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전했다.

이 시기 마거릿 베케트 당시 영국 외무장관도 홍콩을 방문, "지난 10년간 정치·경제적으로 약간의 부침이 있었지만, 당시의 불길한 예언은 절대로 실현되지 않았다"며 "일국양제는 성공적으로 운영됐다"고 호평했다.

중국은 2003년 국가안전법(보안법), 2012년 7월 중국 본토식 국민교육 과목을 홍콩에 도입하려고 시도했으나, 홍콩 시민들이 반발하자 이내 거둬들여 마찰을 피했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취임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홍콩 주민들이 2014년 전면적 직선제 도입 약속을 지키라며 도심 점거 시위를 3개월간 벌였지만, 중국 당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올해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도 1천200면 선거위원의 간선제로 치러졌다.

중국 당국은 이런 '체육관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52.8%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온건 친중파 존 창(曾俊華) 전 재정사장(재정부총리 격) 대신 지지율 32.1%에 그친 강경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59·여) 전 정무사장(정무부총리 격)을 밀어 당선시켰다.

시 주석은 홍콩 행정장관을 대하는 태도도 이전 주석들과 달랐다.

시 주석은 2015년 12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연례회담에서 자신은 테이블 상석에, 렁춘잉(梁振英) 장관을 테이블 측면에 위치시킴으로써 상하관계를 분명히 했다. 홍콩의 자치와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는 이를 '모멸'로 받아들였다.

시 주석은 지난 4월 캐리 람 행정정관 당선인과 회동에서도 같은 좌석배치로 상하관계 의식을 되풀이했다.

홍콩에 대한 통제 강화가 역력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홍콩 내 친독립파의 득세를 막으려고 작년 11월 이례적으로 홍콩 기본법(헌법격)에 대한 해석을 통해 '홍콩 독립' 지지 인사들의 공직 임용을 원천 불허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이로써 친독립파 입법회의원 2명의 자격이 박탈됐다.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최근 국가안전법과 국민교육 도입을 촉구했다. 홍콩 공무원에 대한 감독권 행사 가능성도 비쳤다.

람 당선인은 지난 21일 관영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나는 중국인'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키워야 한다"면서 중국사를 중학교 필수과목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람 당선인이 최근 발표한 차기 내각 각료 16명 중 15명을 친중인사로 채웠다.

중국 당국이 2015년 말 홍콩에서 반중 서적 출판업자를 중국 본토로 강제 연행한 사건은 일국양제 위반 사례로 꼽힌다.

지난 1월 말 샤오젠화(肖建華) 중국 밍톈(明天)그룹 회장이 홍콩에서 중국으로 강제 압송됐다는 의혹도 있다.

중국이 홍콩을 군사적 요충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위안위바이(遠擧柏) 남부전구 사령원(사령관)은 근래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기고문에서 중국군 홍콩주둔부대가 상징적 의미의 주둔에서 힘을 과시하는 존재로, 이미지 구축에서 전투역량 발전단계로 전환됐다면서 당 지도부의 결정과 명령을 충실히 수행해달라고 주문했다.

홍콩 주민들은 중국의 간섭이 심화하자 일국양제가 2047년까지 지켜질지 의문을 표시한다.

홍콩 중문대가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15세 이상 홍콩 주민 1천2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중국 당국의 전면적인 관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8%로 지지한다는 응답 14.7%를 크게 웃돌았다.

홍콩대가 실시한 최신 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답한 홍콩 주민은 35%로, 1997년 46.6%보다 크게 하락했다. 홍콩인 사이의 반중 정서가 중국인 정체성 약화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화에 대한 반발이 거센 18∼29세 젊은 층은 중국인이라는 인식률이 3.1%에 그쳤다.

홍콩국제관계연구협회(HKIRRA)의 스티브 청(鍾樂偉)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연합뉴스에 "지난 몇 년간 정치적 불안으로 중국의 통제강화를 우려해 홍콩을 떠나는 홍콩인들이 늘었다"며 "중국이 홍콩 통치에 대한 정당성을 강화하기를 원한다면 일국양제를 존중하고 진정한 '고도의 자치'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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