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통합 한달…'따로국밥' 운영 속 화학적 결합 과제

입력 2017-06-29 08:15  

서울 지하철 통합 한달…'따로국밥' 운영 속 화학적 결합 과제

막차 시간 조정 등 성과…노사 관계 새 지형에 노조 통합론 등장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한지붕 두 가족 세 노조'.

지난달 31일 출범해 곧 한 달을 맞는 서울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가 놓인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29일 공사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는 수송인원 일 682만명으로 세계 1위, 운영 역 수 277개로 세계 3위, 보유 차량 3천571량으로 세계 3위, 총연장 300㎞로 세계 4위 규모를 기록하는 등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매머드급' 도시철도 운영기관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인적 통합과 복잡해진 노사관계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막차 시간 조정 등 성과…경제적 효과는 지켜봐야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이후 서서히 가시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종로3가역(1·3·5호선), 총신대입구역(4·7호선), 충정로역(2·5호선)에서 마지막 열차를 환승하는 시간을 30초∼1분 늘려 자정 전후 시간대에 환승 통로를 뛰어가야 하는 부담을 줄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 역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각각 운영하던 노선이 교차하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운영기관별로 제각각 막차 시간을 운용하던 것을, 공사 통합으로 톱니바퀴 맞물리듯 효과적으로 조정한 사례다.

서울 시내 1∼8호선 277개 모든 지하철 역사에 200만 화소급 고화질 3D(3차원) CCTV를 같은 사양으로 설치하는 정책 시행도 통합 공사 출범으로 가능해진 일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또 통합 과정에서 보유 자산을 전수조사해 234억원어치의 자산을 발굴, 부채 비율을 기존 201%에서 54%로 줄이기도 했다. 부채 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공사채 발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새로 찾아냈다는 자산 대부분은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광고 설비 등 '원래 있던 설비'인데, 통합 후 장부에 추가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 당초 계획했던 옛 서울메트로 본사 임대가 무산되는 등 사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서울시가 내세웠던 연 226억원의 통합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소속 우형찬(더불어민주당·양천3) 의원은 "통합으로 남는 인력 때문에 올해는 신규 공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청년 일자리만 줄였다는 비판도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조직·인적 쇄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2만명 거대 조직 당분간 '한지붕 두 가족'

과거 십수 년간 서로 다른 회사에서 일하던 2만 명 가까운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한솥밥'을 먹게 된 만큼, 과제도 산적하다.

우선 본연의 업무인 지하철 운행이 여전히 1∼4호선과 5∼8호선으로 각각 나눠 '한지붕 두 가족'식 관제 시스템으로 운용되고 있다.

1∼4호선은 서초구 방배동 옛 서울메트로 본사 제1 관제소에서 관장하고, 5∼8호선은 옛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자리했던 현 통합 공사 본사에 제2 관제소를 두는 식이다.

서울교통공사는 2022년을 목표로 '스마트 통합 관제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당분간 현 시스템을 유지할 예정이다.

사내 인사 역시 노·사·정이 통합 과정에서 "앞으로 4년간 인사를 분리한다"고 합의했기 때문에 2021년까지는 옛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간 인사이동은 없을 전망이다. 사내 복지나 임금 체계 역시 한동안 통합 전 상태로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서로의 근무 환경, 문화, 업무 등에 익숙해질 때까지 일정 기간 시간을 갖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통합 과정에서 조직개편 방향에 반발했던 일부 기술직군은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이고, 지난해 구의역 사고 후속 대책으로 신설된 '안전업무직'은 비정규직의 일종인 무기계약직이 아닌 완전한 정규직 처우를 요구하고 있는 등 조직 내 갈등 요소가 산재해 있다.

공사도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기에 통합 초기 어수선함을 수습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고민에서 30일 PMI(Post-Merger Integration·기업 합병 후 통합 관리) 워크숍도 마련했다.

임원과 팀장 이상 간부 등을 대상으로 ▲ 1∼8호선 업무 관행의 강·약점 이해 ▲ 서울교통공사의 업무 문화 정립 ▲ 통합·실천을 위해 해야 할 일 발굴 등을 자유로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올해 9월까지 SNS 연계 서비스와 외국어 페이지를 갖추는 등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정비에도 나선다. 내년까지 재무회계·인사·구매자재 등을 통합 관리하는 차세대 통합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기업자원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 과반 노조 없어 노사협의 복잡…통합론 '솔솔'

서울교통공사가 3개 노조를 두게 된 것도 통합의 결과물이다.

현재 공사에는 옛 서울메트로의 서울지하철노조(민주노총 산하)·서울메트로노조(한국노총 산하)와 옛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서울도시철도노조 등 3개의 노조가 있다.

옛 서울메트로에서는 서울지하철노조가 조합원 가운데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대표교섭노조의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달 기준 통합 공사 조합원은 서울지하철노조가 6천367명(43.7%)으로 가장 많고, 서울도시철도노조 5천767명(39.6%)·서울메트로노조 2천431명(16.7%) 순으로, 어느 쪽도 과반에 이르지 못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이 경우 노사 협의회를 열기 위해서는 노조 위원을 따로 투표로 뽑아야 하고, 임단협 협상을 하려 해도 다른 노조와 합쳐 과반수 노조 지위를 얻거나 공동교섭대표단을 꾸려야 한다.

최악의 경우 사측의 동의를 얻어 3개 노조가 모두 제각각 개별 교섭에 임해야 하는 등 노사 관계가 전보다 복잡해졌다.

이에 따라 공사 일각에서는 노조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서울메트로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통합을 촉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고, 최근 집행부 선거에서는 일부 간부가 노조 통합을 공약으로 내거는 등 관련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철관 서울메트로노조 위원장은 "통합 필요성에는 세 노조가 공감대를 이뤘고, 이 같은 취지의 선언문도 만들어 조합원과 공유했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각계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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