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우리 경제인단이 미국에 풀 돈이 40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 현대차, LG전자 등 52개사는 이번 방미 기간 미화 352억 달러(약 40조1천억 원) 규모의 투자 및 구매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향후 5년 동안 미국 내 공장 설립, 설비 투자 확충, 기업 인수, 항공기와 원자재 구매 등에 쓸 자금이다. 정상회담 때 재계가 상대국에 '선물 보따리'를 내놓는 것은 일종의 관행이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나쁜 협정이라면서 폐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미정부의 이런 통상 압력을 미리 누그러뜨리고 현지 시장 공략에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재계의 '선물 보따리'를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28일(현지시간)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카운티에 세탁기공장을 짓는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3억8천만 달러(약 4천432억 원) 규모로 당초보다 3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 회사는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도 2020년까지 15억 달러(약 1조7천100억 원)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SK그룹은 셰일가스 탐사·생산 등 에너지 분야에 44억 달러(약 5조160억 원)를 투자한다. 최태원 회장이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콘티넨털 리소스 등 관련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친환경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과 신차·신엔진 개발에 31억 달러(약 3조5천340억 원)를 투자한다. LG전자는 2019년까지 테네시주에 2억5천만 달러(약 2천850억 원)를 들여 연산 100만대 규모의 세탁기공장을 짓고, 뉴저지주에는 3억 달러(약 3천420억 원)로 북미 신사옥을 건축하기로 했다. 두산, CJ도 각각 10억 달러(약 1조1천140억 원) 안팎을 미국에 쓸 계획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핵 대응, 한미동맹 발전 등 외교·안보 문제 외에 무역 불균형 해소, FTA 재협상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 같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한국의 대미 흑자가 줄고,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은 늘고 있지만 여전히 큰 격차와 불균형이 존재한다"며 "양국 정상은 이와 관련해 우호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경제인단의 대미 투자·구매 계획이 양국 간 현안들을 논의하는데 윤활유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미국의 주요 매체들도 "미국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발맞추고 미국 시장 공략을 노리는 전략적 결정이며, 미국의 통상 압력을 완화하는 방패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로 미국의 통상 압박이 약해지면 그 반사이익은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다. 아울러 큰돈을 투자하는 만큼 미국 측 상대 기업이나 지자체로부터 상응하는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측과 우호적 관계를 다져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이 우선이겠지만 우리 경제인들도 좋은 투자 성과를 갖고 돌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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