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트럼프 출현後 세계' 압축

입력 2017-07-07 20:22  

G20 정상회의 '트럼프 출현後 세계' 압축

메르켈 "오늘날 세계는 더 다극(多極)적"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오늘날 세계는 더 다극적인 질서에 놓여있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는 회의 첫날인 7일(현지시간) 내놓은 독일 매체 '디차이트' 인터뷰 문답 전문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소개됐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냉전 시기, 구소련에 맞서 하나의 질서를 잡는 거대한 권력으로서 미국인들(미국)을 인식했고, 그들 스스로 그걸 희망했다고 본다"며 그런 견해를 밝혔다.

그는 "(냉전 해체를 상징하는 1989년 11월의)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장기간 (미국이) 유일한 거대권력으로 남았다"고 지적한 뒤 "(그러나) 오늘날 세계는 더 다극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아마도 미국은 앞으로 필요할 것처럼 간주되는 수준 만큼 아프리카에 관여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특히나, 미국은 아프리카와 중동 권역에 더는 석유 이해관계가 거의 없다"고 배경을 풀었다.




그러고는 "이런 환경만으로도 상황을 엄청나게 변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메르켈 총리는 "세계질서는 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세력균형이 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건 중국의 부상과 관련돼 있다"면서 "그뿐 아니라 7% 넘는 경제성장을 하는 인도 역시 마찬가지로서, 이는 거대한 발걸음"이라고 했다.

그는 "두 국가는 각기 13억 인구를 가졌다"면서 "이건 그 자체로 중대한 요소"라고 말했다.

나아가 미국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과 달리 세계화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한다며 상생의 관점으로 보는 자국과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미국의 시각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화에 회의적인 많은 이의 표를 얻어 당선됐기 때문에 그들에게 의무감을 느끼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G20이 단순한 성장이 아니라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해 말한 것은 오래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의 견해차가 여전한 가운데 두 사람은 전날 함부르크에서 외교장관을 각기 배석시킨 가운데 회담을 열어 G20 정상회의 의제를 조율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 여러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폴란드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조약 5조 상의 집단방위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예로 들면서 그가 서방과 뜻을 같이한다고 맹세했다고 썼다.

나토 조약 5조는 나토 개별 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즉각 대응한다는 집단안보 원칙이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본부 준공식 연설 당시 역대 미국 대통령과 달리 나토 조약 5조 준수 입장을 천명하지 않아 나토 안보동맹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전통적으로 가치를 공유하는 서유럽 주요국이 아니라 민주주의 후퇴 논란을 빚는 폴란드를 먼저 찾은 것 자체가 유럽연합(EU) 결속을 약화하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EU 주도 세력은 폴란드가 동유럽 국가들과 함께 추진 중인 '세 바다(아드리아해, 발트해, 흑해) 이니셔티브'가 '유럽 내 또 다른 유럽'의 아이디어라고 보며 경계한다.

이 현실을 뒤로 한 채 트럼프가 국내총생산의 2%를 넘는 '성실한' 나토 방위비 분담국 폴란드를 찾아가 법치와 민주주의 같은 전통의 서방가치 대신 안보와 가족, 주권 같은 가치를 주로 언급한 것은 트럼프식 유럽 외교라는 지적이다.

트럼프의 그런 행보에 견주어 메르켈은 마치 일부 언론의 표현처럼 '자유세계의 대표 지도자'가 되어 유럽 주요국 지도자들을 앞서 따로 만나서 결속한 데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회담한 뒤 판다 곰과 축구 외교로 밀착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 인도, 중국까지 포괄하는 브릭스 그룹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까지 참여시킨 모임을 하고 나서 G20에 파리기후협정 이행과 자유무역 지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까지 냈다.

G20 정상회의에서 이들 주요 의제를 두고 트럼프 대 비(非)·반(反) 트럼프의 갈등이 예견된 가운데 브릭스 국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비, 반 트럼프의 세력 결집과도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문제 대응까지 포함할지도 모르는 G20 폐막 성명 문구의 수위가 작금의 세계 주요국 발언권과 국제질서 현실을 방증하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다.

한편, 대개 이런 회의 때 묵는 고급호텔 숙소를 구하지 못해 함부르크 시정부 영빈관에 캠프를 차린 트럼프 대통령은 G20 회의 반대 시위대를 피해 우회로로 빠져나갔으나 그의 부인 멜라니아는 숙소를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dpa 통신이 전했다.

전날부터 본격화한 시위는 과격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 의장 메르켈은 세계화의 이익을 모두가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하지만 시위대는 돌과 병을 던지며 회의 자체를 반대하거나 진정한 포용적 균형 성장을 강조했고 경찰은 물대포로 응수하며 치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G20은 전 세계 부가가치 생산 총합의 90% 가까이 점하고 교역의 75%, 인구 3분의 2를 차지하여 비판적인 세력들로부턴 '부국들의 사교클럽'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un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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