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세제개편] 돈 쓸 곳은 수두룩…'증세' 말 못하는 정부

입력 2017-07-09 06:11  

[미리보는 세제개편] 돈 쓸 곳은 수두룩…'증세' 말 못하는 정부

공약 이행 위해 5년간 178조원 필요…재정개혁·절감으로 충당 한계

지방선거 등 의식 법인세·경유세 등 민감 사안은 내년으로 결정 미뤄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새 정부가 '증세 카드'를 손에 쥔 채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새 정부 공약을 위해 5년간 180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아직 뚜렷한 재원 마련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현실적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관련 부처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달 말 첫 세제개편을 앞두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과세 확대와 관련한 다양한 예측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부는 일단 법인세·경유세 인상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내년으로 본격적인 논의를 미뤘다.

올해는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통해 새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뒤 내년부터 재원 확보 노력에 본격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 일자리 창출·소득주도 성장 마중물 재원은 어디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원에 대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후보 당시 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재원은 연평균 35조6천억원, 5년간 총 178조원이다.

'공공일자리 81만 개 창출'에 연평균 4조2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봤고,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복지 지원에 18조7천억원이 들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비 지원 5조6천억원,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에도 2조5천억원의 재원을 책정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재원 마련 방법으로 우선 재정지출 절감을 꼽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예산 등 줄여야 할 예산을 줄이고 성과가 낮은 예산도 삭감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정지출 축소로 재원을 충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과 관련, "재정개혁으로 112조원, 세입개혁으로 66조원을 마련할 계획인데 (재정개혁 중) 92조원은 재량지출 절감이라 손대기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 비과세·감면 축소 역시 일괄 폐지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시장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데다 실질적인 재원 충당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근혜 정부 역시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수술해 5년간 재원 18조원을 마련하는 '증세없는 복지'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제 2012∼2015년도 세법 개정으로 이뤄진 비과세·감면 정비 효과는 6조3천억원에 불과했다.

고소득·고액자산가의 탈루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안도 내놨지만 획기적인 소득 파악 시스템이 등장하지 않는 한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증세 불가피론' 알지만 내년 지방선거 등 부담



정부가 제시한 방법으로 공약이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이 부족하다보니 결국 관심이 쏠리는 것은 증세 가능성이다.

지난해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19.4%로 전년(18.5%)보다 0.9%포인트(p) 상승하면서 역대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014년 기준(18.0%)으로 35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구조적 요인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기술 투자 재원을 감안하면 한국의 조세부담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개최한 '2017 나라살림 토론회'에서 우리나라가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들을 고려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2.8%의 증세 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2016년 명목 GDP 1천637조원을 기준으로 할 경우 46조원의 증세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조세 저항이다.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방법에 고민 중인 정부가 증세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로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보이는 것도 이런 조세 저항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최근 불거진 경유세 인상 논란에 대해 정부가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가 얼마 못 가 입장을 뒤집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휘발유보다 싼 경유 가격을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토대로 에너지 세제개편안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부가 경유세를 인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정부와 청와대가 즉시 "경유세 인상 계획은 없다"며 관련 사실을 부인했지만 사흘 뒤 국정기획자문위가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내년부터 법인세율·경유세 인상 추진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됐다.

법인세·경유세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를 일단 내년으로 미뤄 신중하게 논의하겠다는 뜻이었지만 외부에서는 사실상 경유세 인상은 없다는 기존 정부의 입장이 뒤집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통상 증세는 정책 추진 동력이 확보되는 임기 초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부가 증세에 대한 논의를 내년으로 미룬 것은 당장 하반기 크고 작은 정책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자칫 조세 저항이 발생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점도 증세 카드를 쉽게 들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당장 정책 추진 동력은 확보되는 만큼 일단 추경을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의 마중물로 삼되 증세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말 세제개편을 앞두고 소득세 최고세율(40%) 적용 과표를 5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되 40%인 현행 최고세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면 증세보다는 과표구간을 일부 조정해 최고세율 적용 대상자를 늘림으로써 당초 정부가 발표한대로 명목세율을 올리지 않으면서 세원을 확대하는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의 한 관계자는 "재원 마련은 부자 감세를 걷어내고 그다음에 재정지출 개혁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의 공약인 사람경제 기조로 세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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