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 가축도 죽을 지경"…에어컨 달고 비타민 먹이고

입력 2017-07-14 15:58   수정 2017-07-14 16:01

"더위에 가축도 죽을 지경"…에어컨 달고 비타민 먹이고

축산농가 폭염과 사투…스트레스 해소제에 여물통엔 얼음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더위에 가축도 농민도 모두 죽을 지경입니다."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축산농가들이 가축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경북 안동시 북후면에서 한우 220마리를 사육하는 남재필(59)씨는 요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축사에 대형 선풍기를 돌린다.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선풍기다.

축사 지붕에는 안개분무기도 설치했다. 물 입자가 축사로 퍼지다가 선풍기 바람에 증발하면 온도를 낮추는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 10마리당 1대 가량꼴인 선풍기를 돌리고 안개분무기를 가동하면 한 달 전기요금이 평상시보다 40만원 가량 더 나온다.

더위에 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스트레스 해소제도 먹인다.


그나마 소는 더위에 강한 편이어서 다른 가축에 비해 폭염 피해가 덜한 편이다.

더위에 약한 닭이나 돼지를 키우는 농가는 폭염과 '사투'(死鬪)를 하고 있다.

닭은 기온이 34도를 넘어가면 폐사가 시작된다. 병아리 때보다 출하를 앞둔 닭이 더위에 더 약해 양계농가는 폭염이 이어지면 비상이 걸린다.

안동시 남선면에서 닭 3만여마리를 키우는 최인연(65)씨는 계사 4개 동에 모두 9대의 초대형 선풍기를 설치했다.

선풍기는 대당 무게가 70㎏이나 된다. 가동하면 사람이 뒤로 밀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나온다.

초대형 선풍기와 별도로 고속 선풍기도 별도로 달았다.

계사 지붕에는 안개분무시설이 있다. 안개분무시설 가동에 필요한 물을 충분히 저장하기 위해 계사 옆에 5t 크기 물통도 설치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가뭄이 심할 때는 물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최근 비가 내리면서 물 부족 문제는 그나마 해결했다.

닭은 습도에 약해 안개분무시설을 가동하면 동시에 선풍기를 돌려 습기를 증발시킨다.

닭이 식욕을 잃지 않도록 비타민C도 먹인다.


최씨는 "축사 온도를 낮추기 위해 가동하는 장치나 시설이 대부분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해 여름이면 전기료 부담이 평소보다 40만원 이상 늘어난다"며 "예전에는 36도를 넘어가는 날이 1년에 몇 번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하루걸러 하루씩 고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축산농가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층이 두꺼워 땀샘이 거의 퇴화한 돼지도 더위에 취약하다.

안동시 북후면에서 돼지 2천800여마리를 키우는 김종혁(47)씨는 돈사 입구에 차광막을 설치했다.

차광막 위로 스프링클러를 이용해 물을 뿌린다. 돈사 안에는 대형 팬을 돌려 공기를 순환시키고 있다.

돈사 입구 차광막에 있던 습기가 돈사 안으로 들어와 증발하면서 돈사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종돈(씨돼지)과 모돈은 보통 돼지와 달리 특별 대우도 해야 한다. 기온 변화가 번식률 등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김씨는 돈사 주변에 제빙기를 설치해 하루 60㎏가량의 얼음을 만들어 종돈과 모돈 여물통에 넣어준다. 얼음이 돼지들 식욕을 돋우는 것과 함께 주변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김씨는 "일부 양돈농가에서는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돈사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가 갈수록 폭염이 나타나는 날이 많아지는 만큼 축산농가를 위한 대책이 빨리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행정당국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안동시는 폭염으로 가축 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한 복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폭염대비 축산재해대책상황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축산농가를 찾아 사육관리 사항 등을 알려주고 가축 재해보험 가입 등을 홍보한다.

안동시 관계자는 "폭염이 이어지면 가축 사육밀도를 조정하는 등 방법으로 축사 온도를 낮추고 신선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는 등 가축 관리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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