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도 하류도 물 잠기면 수위조절 탓…괴산댐 '진퇴양난'

입력 2017-07-23 09:00  

상류도 하류도 물 잠기면 수위조절 탓…괴산댐 '진퇴양난'

폭우 때 수문 열면 하류 침수, 물 가둬두면 상류 피해

댐 규모 작고 물 흘러드는 면적 넓어 순식간에 만수위

1980년 물 넘쳐 시설 일부 침수…"근본대책 공론화해야"

(괴산=연합뉴스) 윤우용 기자 = "수위조절 실패다" vs "감당할 수 없었던 물 폭탄에 의한 자연재해다"

지난 16일 평균 163.7㎜의 집중 호우가 내린 충북 괴산군 곳곳이 쑥대밭이 되자 칠성면 소재 괴산수력발전소의 홍수 수위조절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지난 20일에는 괴산수력발전소 소장 김모(59)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다.

2002년 9월 태풍 '루사'가 전국을 휩쓸었을 때도 비슷한 갑론을박이 일었다.






◇ "수위조절 실패" vs "시간당 30㎜ 폭우 감당 안 돼"

이번에 홍수조절 실패 논란이 불거진 가장 큰 이유는 달천 상류인 괴산 청천과 청주 미원지역에 한때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다.

급격하게 불어난 물로 댐 상류와 하류에 걸쳐 흐르는 달천이 범람하거나 둑이 터져 8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보은군 속리산 방면에서 발원한 달천은 청주 미원면과 괴산 청천면·괴산읍·불정면을 거쳐 충주 남한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괴산댐도 월류(越流·물이 댐을 넘쳐 흐르는 것)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까지 7개 수문을 모두 개방했음에도 수위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다.

괴산댐 설계용량보다 훨씬 많은 초당 2천800t의 물이 순식간에 유입됐기 때문이다.

댐의 수위는 이후에도 계속 상승해 이날 오후 2시 30분께는 최고수위(해발고도 137.6m) 턱밑까지 차올랐다.

최고수위까지 불과 5㎝ 남겨둔 상태였다.






괴산수력발전소가 7개 수문을 모두 개방하면서 이번에는 댐 하류 지역인 칠성면 두촌리와 외사리 주택과 농경지가 침수됐다.

하류 피해 주민들은 전력 생산을 위해 물을 가둬두는 괴산댐이 한계 수위에 육박하자 뒤늦게 서둘러 방류를 하는 바람에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장마에 대비해 미리 수위조절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한꺼번에 수문 전체를 개방하는 바람에 하류 지역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침수 피해가 컸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이런 주장에 괴산수력발전소 측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부터 수문을 1∼2개씩 개방하면서 수위를 조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문을 모두 열었음에도 수위가 오른 것은 댐이 감당할 수 있는 설계용량보다 많은 초당 2천800t의 물이 상류에서 급속히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괴산수력발전소의 수위조절 실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태풍 루사가 전국을 강타한 2002년에도 벌어졌다.

당시 감물면 오성리 등 댐 하류 지역 주민들은 댐이 문을 열고 방류하는 바람에 하류 지역 45가구의 농경지 등 32만㎡가 침수돼 7억1천만원의 피해를 봤다며 보상을 요구했다.

괴산수력발전소 측은 당시에도 이번과 비슷한 논리를 펴며 주민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사전에 수위를 낮췄는데도 집중 호우로 워낙 많은 물이 유입돼 만수위를 넘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집중 호우 때마다 수위조절을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국내 최초의 수력댐으로, '환갑'을 맞이한 괴산댐 규모가 워낙 작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 저수용량 1천532만t, 소양강댐 193분의 1…집중 호우 1시간이면 만수위

1957년 국내 기술 1호로 탄생한 괴산댐은 길이 171m, 저수용량은 1천532만t이다. 댐 건설로 조성된 담수호인 칠성호는 칠성·문광·청천면 3개 지역에 걸쳐있다.

국내 최대 댐인 소양강댐(29억t)의 193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물이 흘러드는 유역 면적은 671㎢로 소양강댐(2천703㎢)의 4분 1 수준으로 상당히 넓다. 집중 호우 때 순식간에 유입되는 물이 많고, 물이 차오르게 되면 침수 피해를 볼 수 있는 상류 지역 면적이 댐 규모에 비해 넓다는 얘기다.


이번 홍수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 1시간 이내에 만수위까지 차오르는 소규모 댐이라는 게 한국수력원자력의 설명이다.

시간당 3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 이런 재난이 되풀이될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 괴산댐 구조적 한계…1980년 집중 호우 때 물 넘치기도

워낙 작은 댐이다 보니 달천 상류 쪽에 폭우가 내리면 수위가 금세 오르고, 이에 따라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방류하면 달천 하류 지역이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물을 마냥 가둬둘 수도 없다. 물이 찬 상황에서 달천 상류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 그 화가 고스란히 상류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괴산수력발전소 입장에서는 수위조절을 할 때 말 그대로 '신의 한 수'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댐을 재개발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다.

댐 둑을 높이는 방법 등으로 재개발하면 저수용량은 늘겠지만 그만큼 물에 잠기는 면적이 넓어진다. 자연 생태계 파괴와 재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도 2001년 괴산댐을 재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주민들은 댐 저수용량을 1천532만t에서 1억3천800만t으로 늘리면 수몰지역이 9배로 늘어 군의 존립 기반이 크게 위협받을 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 파괴와 재산권 침해 등이 우려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번 홍수로 댐 안전성도 논란거리가 됐다. 월류 위기에 처해서다.

괴산댐은 1980년 7월 한 차례 월류 사태를 겪었다.

당시 2.5m의 물이 넘쳐 발전소 시설 일부가 파손돼 복구작업을 거쳐 이듬해 4월 재운전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월류에 따른 하류 지역 피해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민들의 이런 주장을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콘크리트 중력식 댐'이기 때문에 월류에도 붕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정밀 안전진단을 통해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런 해명에도 급격한 수위 변동으로 수문 조작 논란이 지속하는 것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댐 운영 방법이나 구조 개선 문제를 검토해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와 긴밀히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재난안전 관리 갈등과 위기관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 등이 나온다.

이두영 충북경제사회연구원장은 "중대 결정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는 주민대표와 지방자치단체장, 해당 기관 간 '핫라인'을 가동해야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괴산 출신의 공무원 A씨는 "올해와 같은 홍수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참에 달천 둑을 높이거나 괴산댐을 재개발하는 방안, 괴산에 댐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 등을 공론화하고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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