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제휴사에도 개방…'기가지니' 서비스 개발
9월 음성 오픈 플랫폼 개설…"AI 생태계 주도"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25일 서초구 우면동 KT융합기술원 2층에 있는 AI(인공지능) 테크센터 내 AI 테크 존에서는 커다란 캐비닛 크기의 슈퍼컴퓨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푹푹 찌는 바깥 날씨와 달리 테크 존 안은 폭염을 잊은 듯 서늘했고, 24시간 돌아가는 환풍기 소음 때문에 옆 사람의 말조차 알아듣기 힘들었다.
이곳의 실내 온도는 늘 섭씨 18도 수준으로 유지된다. 슈퍼컴퓨터의 핵심 장비인 GPU(그래픽처리장치)의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서다.
게다가 이 슈퍼컴퓨터는 72만개에 달하는 GPU 코어(연산 칩)를 갖추고 있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지난 6일 개소한 AI 테크센터에 구축된 이 슈퍼컴퓨터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산 능력을 자랑한다.
인공지능 및 딥러닝 연구를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연산 능력이 필요한데, 이곳의 슈퍼컴퓨터는 기존 일주일 정도 걸리던 음성 데이터 학습을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전 세계 슈퍼컴퓨터 순위(Green Top 500)에서 10위권, 연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400위권이라고 KT는 설명했다.
AI 테크센터에는 실제 주거 환경과 유사하게 구축된 음성 성능 평가실도 있다.
슈퍼컴퓨터가 음성 데이터를 처리하는 '브레인'이라면, 음성 성능 평가실은 실생활과 가까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공간이다.
마룻바닥부터 소파, 대형 TV, 카펫까지 일반 아파트와 동일한 구조를 갖춘 음성 평가실에서는 KT 인공지능 서비스 '기가지니'가 테스트되고 있다. 하루에 수백, 수천건의 음성인식 시험이 진행된다.
평가실에 들어가려면 실제 집에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발부터 벗어야 한다.
류창선 담당 매니저는 "음성인식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오랜 실제 경험, 핵심 기술, 지식 정보 학습이 있어야 한다"며 "'기가지니'가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거실과 같은 환경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KT는 지난달 '기가지니'의 개발도구(SDK)를 공개했다. 제휴사는 테크센터 내 '크래프트샵'에서 '기가지니'의 개발도구를 이용해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가지니에 추가할 수 있다. 간단한 서비스 개발에 2∼3일이면 충분하다는 게 KT의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온라인 뱅킹, 미래에셋대우의 주가조회, 114 서비스 등 40여개의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케이뱅크는 하반기 '기가지니'로 간편 송금을 할 수 있는 '카우치 뱅킹'과 통장 조회 서비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지난달에는 자사 콜센터에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 녹취 기술 STT(Speech to Text)와 TA(Text Analysis)를 적용했다. 이 기술은 고객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주제와 핵심어를 추려 자동 분류한다. 사투리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음성인식 정확도를 크게 높인 점이 특징이다.
KT는 이날 콜센터로 들어오는 고객의 요구를 인공지능이 인식해 적합한 답을 찾아내는 음성인식 ARS 기술도 선보였다. 향후 콜센터에 해당 기술을 적용할 방침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자동으로 욕설 등을 분류할 수 있어 콜센터 직원들의 감정노동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KT 관계자는 "'기가지니'를 활용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는 물론 교육분야 제휴 제안이 늘고 있다"며 "KT의 AI 엔진을 활용한 음성·대화·영상 SDK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T는 또한 9월 개설하는 '음성 오픈 플랫폼'을 통해 신규 어휘를 쉽게 기가지니 음성엔진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신조어나 새 프로그램 이름을 녹음한 뒤 플랫폼에 입력하면 오류 검증을 고쳐 새로운 신규 어휘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오픈 플랫폼을 통해 제휴사의 서비스를 위한 신규 어휘 등록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KT는 기대했다.
KT는 글로벌 지능형 플랫폼 회사를 목표로 AI 테크센터를 통해 모든 서비스를 지능화하고, 한국의 AI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인재확보와 육성은 AI 시장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꼽힌다.
김진한 AI 테크센터장은 "인공지능 분야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인재확보가 가장 어려웠다"며 "글로벌 채용뿐 아니라 신입사원 모집 시 AI 분야에 집중해 석·박사 중심으로 30여명가량을 꼽았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인재확보와 더불어 육성도 중요하다"며 "글로벌 AI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역량을 전수하고, 현업에서 발휘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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