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걱정 말고 다녀와·마음을 건다

입력 2017-07-26 11:24  

[신간] 걱정 말고 다녀와·마음을 건다

은유의 힘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걱정 말고 다녀와 = 시인 김현의 산문집. 공공건설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에서 자원활동을 하며 고용된 노동자로서 살아가는 삶을 켄 로치의 영화들과 엮었다.

'빵과 장미'는 변호사와 펀드매니저가 모여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고층 건물의 청소노동자들에 관한 영화다.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를 달라'는 1908년 3월8일 미국 뉴욕 여성노동자들이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외친 구호다.

시인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조기퇴근 시위를 벌이는 여성 활동가들의 행진을 보고 이렇게 썼다. "얼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2017년 여성 활동가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이상한 연대의식으로 멍을 때렸고, 영상이 끝나가는 도중에 갑자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고, 일순 소리가 사라지고 행진하던 여성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괜스레 뭉클한 마음이 되어 버렸다."

시인은 지난해 가을 문예지를 통해 한국 문단의 여성혐오를 폭로했다. 이후 문단 안팎으로 번진 성폭력 증언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변호사를 선임해 법적대응에 나서는 등 후폭풍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는 그 증언들이 그때도 지금도 가부장제와 군사주의와 이성애 중심 가족주의, 남성중심주의에 합의할 수 없다는 '폭로'이기를 바란다.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들의 피해를 고발한 이들 역시 나와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을 합의된 관계 속으로 소속시키는 가해자의 짓거리는 참으로 끔찍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즈음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위계 폭력 가해자로 지명된 모든 이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벌하고 싶다."

알마. 이부록 그림. 228쪽. 1만4천원.





▲ 마음을 건다 = 문학평론가 정홍수의 산문집. 일상의 기록과 문학·영화에 대한 글들을 엮었다.

창작과비평·문학과지성의 강제 폐간 이후 '무크지의 시대'에 대학을 다닌 저자는 최근 몇 년 새 문예지의 혁신 분위기에서 "기존 비평에 대한 탄핵의 분위기"를 읽는다. 비평가 중심 문예지 시스템과 폐쇄적 글쓰기가 한국문학의 위기 심화에 한몫했다는 것이다.

최근 문단 안팎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남성적 교양주의 문학의 파산선고" 같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나온다. "인터넷과 SNS가 정보와 지식의 매체로서만이 아니라 생활의 조건이자 인간관계의 양식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문예지가 그에 걸맞은 소통의 형식과 언어를 개발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겠다. 이제 성정치를 누락하거나 외면하고 한국문학의 인간탐구를 이어나갈 수도 없다. (…) 새로운 문예지의 출현이나 문예지의 혁신은 그런 면에서 불가피하다."

창비. 328쪽. 1만4천원.







▲ 은유의 힘 = 시인 장석주의 산문집. 시가 생성되는 비밀의 핵심을 은유라고 보고 그에 관한 사유를 풀어놓는다.

"은유는 대상의 삼킴이다. 대상을 삼켜서 다른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은유는 거울이 아니라 거울에 비친 상이고, 신체의 현전이 아니라 언어의 현전이다. 그것은 차라리 텅 빈 신체다. 이것은 항상 없는 것, 이질적인 것, 낯선 것을 새 현전으로 뒤집어쓰고 새로 태어남이다."

다산책방. 292쪽. 1만3천8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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