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펌프 멈추자 통행 마비…'최장' 해저터널 안전한가

입력 2017-07-30 08:30  

배수펌프 멈추자 통행 마비…'최장' 해저터널 안전한가

최첨단 방재 설비 '말뿐'…자동 공급해야 할 비상전력도 먹통

재난대응 '허둥지둥'…기본 현황조차 파악 못 해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돼 1주일 가까이 차량 통행이 통제된 국내 최장 해저터널의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총 20여 만t의 지하수와 빗물을 인근 바다로 내보낼 수 있는 대형 배수펌프 시설은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속수무책이란 사실이 이번 침수 사고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30일 인천김포고속도로㈜에 따르면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인천김포고속도로) 내 북항 터널은 인천에 100mm가량의 집중호우가 내린 이달 23일 오전 침수됐다.

침수 구간은 총 5.5㎞ 길이의 전체 터널 중 가운데 지점 400m가량으로 파악됐다. 이 구간에 사람 허리 높이 정도인 1m가량의 빗물이 찼다.

왕복 6차로인 이 터널은 인천 북항 바다 밑을 통과하는 국내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다. 인천시 중구 신흥동부터 청라국제도시 직전까지 연결된다.

해저터널의 특성상 바다 밑 지하로 도로가 뚫려 최저심도 59m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육지 쪽으로 올라오는 그릇형 구조다.

배수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집중호우가 내릴 때마다 터널 내부가 빗물에 잠겨 차량 통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도로 운영사 측은 터널 양쪽 입구와 가운데 등 총 3곳의 도로 지하에 대형 배수펌프 시설을 갖췄다고 밝혔다.

개통 당시에도 이 대형 배수펌프를 자랑하며 최첨단 방재설비로 재난·재해 대응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홍보까지 했다.





인천항 쪽 터널 입구 지하에는 2만여t, 청라국제도시 쪽 터널 입구에는 17만t, 터널 한가운데에는 3만4천t의 지하수와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 시설이다. 3개 배수 시설의 용량을 모두 합치면 총 22만t을 넘는다.

터널 내 도로 지하에 매설된 이 배수펌프 시설은 도로 위 빗물뿐 아니라 매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하수 5천t가량을 지하 집수정에 모아 외부와 연결된 관으로 끌어올려 인근 북항 바다로 직접 배출한다.

그러나 기습 폭우가 쏟아진 이달 23일 이 터널 지하에 매설된 배수펌프 시설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인천김포고속도로㈜ 관계자는 "폭우가 내리기 전날까지도 도로 지하 배수펌프 시설은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당일 배수펌프 위에 설치된 배전판이 침수돼 배수펌프 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 도로 운영사는 당일 낙뢰 등으로 정전이 됐거나 다른 이유로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주전력이 끊기면 자동으로 공급하게 돼 있는 비상전력도 당일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전력이 가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인천김포고속도로㈜ 측도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말뿐 자세한 설명은 하지 못한다.







이 도로를 자주 이용하는 인천항 화물차량 운전기사들과 김포·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은 이번과 같은 침수 사고가 되풀이되면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청라국제도시에 사는 김모(40)씨는 "가끔 송도에 갈 때 인천김포고속도로를 이용했다"며 "이번에 침수된 걸 보고 비 오는 날에는 경인고속도로나 다른 시내 도로로 우회해서 가더라도 북항 터널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로 운영사 측은 침수 구간을 최초 200m라고 밝혔다가 400m로 정정하고 애초 중앙 배수펌프의 용량이 9천t이라고 했다가 3만t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기초적인 시설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허둥댔다.

인천김포고속도로㈜는 대표와 전무 등 경영진 2명과 경영관리팀 직원 3명 등 총 5명인 소규모 특수목적법인(SPC)이다.

포스코건설과 금호산업개발주식회사 등 10개 투자사가 이 특수목적법인을 세운 뒤 도로 관리와 통행료 징수 등은 모두 외주업체에 하도급을 줬다.

자체 인력이 아닌 외주업체를 통해 고속도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탓에 침수 등 재난대응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하도급 업체 인력으로 구성된 고속도로 상황실은 침수 후 현장 복구팀과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로 복구 진행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도로 운영사 측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침수 사고 후 감독명령을 받고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시공사 등과 함께 배수펌프 미작동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인천김포고속도로㈜ 관계자는 "침수 피해로 장기간 차량 통행을 제한해 도로 이용자들에게 죄송하다"며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원인을 찾아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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