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강제이주 80년] ⑩ '지구의 눈' 바이칼호의 신비

입력 2017-07-29 10:00   수정 2017-07-29 11:17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⑩ '지구의 눈' 바이칼호의 신비

한민족의 시원으로 추정…"누구나 신령스러운 느낌 받는다"

전 세계 민물 수량의 20%…동식물 2천 종에 절반이 고유종

(리스트비안카<러시아>=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사업회'의 '극동시베리아 실크로드 오디세이-회상열차' 탐사단은 현지 시간으로 28일 오후 바이칼호가 내려다보이는 리스트비안카의 체르스키전망대에서 평화문화제를 개최해 고려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남북 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주와 부랴트공화국 사이에 놓인 바이칼호는 흔히 '한민족의 시원(始源)'이라고 일컬어진다. 바이칼호 유역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가 형성된 뒤 동쪽으로 이동해 한반도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는 "바이칼호 일대에서 마지막 빙하기를 지나면서 추위에 적응해 살아남은 몽골리안들이 이미 한반도에 살던 동남아계와 섞여 한국인의 유전형이 형성됐다"고 추정했다.

일본 학자 시미즈 기요시는 2002년 출간된 '바이칼, 한민족의 시원을 찾아서'에서 "바이칼호에서 멀지 않은 시베리아 남서부 알타이 지방의 어휘를 보면 누구라도 한국어와 같은 어근에서 파생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단어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베리아에서 동물 세계의 왕은 서양처럼 사자가 아니라 호랑이와 곰인데, 이들을 가리키는 몽골어와 야쿠트어(동시베리아 사하공화국 언어)가 같은 어근이라고 한다.

우실하 항공대 교수는 "바이칼 인근의 소수민족 에벤키족의 언어에서 '아리랑'(ALIRANG)은 '맞이하다'란 뜻이고 '쓰리랑'(SERERENG)은 '느껴서 알다'를 의미한다"면서 "우리가 뜻도 모르고 민요 후렴구에 써오던 '아리랑 쓰리랑'이 고대 북방 샤머니즘의 장례문화에서 '영혼을 맞이하고 이별의 슬픔을 참는다'란 뜻으로 써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상열차 집행위원장인 이창주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석좌교수도 이날 평화문화제를 여는 말을 통해 "이 일대의 부랴트족 신앙과 풍습을 보면 무속이나 성황당 등 우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며 한민족 바이칼호 기원설을 지지했다.

회상열차 탐사단원들은 "한민족 기원설이 아니더라도 바이칼호를 보면 신비스럽고 신령스러운 기운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이부영 공동대회장(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은 "바이칼호의 깊고 그윽한 물을 보고 있노라면 한민족의 뿌리와 민족사의 도도한 흐름이 절로 생각난다"고 말했다.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보면 '푸른 별' 가운데서도 유독 새파랗게 보이는 곳이 바이칼호라고 한다. 워낙 맑고 깊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일명 '지구의 눈'이라고도 불린다. 약 2천500만∼3천만 년 전에 형성된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다.

넓이(3만1천722㎢)는 세계에서 7번째에 해당하지만 깊이(최고 1천642m)는 으뜸이어서 수량이 전 세계 얼지 않은 민물의 20%를 차지하고 미국과 캐나다 사이 5대호의 물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길이는 620㎞, 폭은 24∼79㎞, 둘레는 2,200㎞에 이른다.

물은 40m 아래의 동전을 식별할 수 있을 만큼 투명도가 뛰어나다. 336개의 강이 바이칼호로 흘러들지만 물이 흘러나가는 길은 앙가라강 하나뿐이다. 시베리아의 중심도시 이르쿠츠크를 가로지르는 앙가라강은 유속이 빨라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호수에는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을 지닌 알혼을 비롯해 26개의 섬이 있다. 길이가 72㎞에 이르는 알혼은 호수 안에 있는 섬 가운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바이칼'은 타타르어로 '풍요로운 호수'란 뜻이라고 한다. 어원이 말해주듯이 이 호수에는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이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745종의 고유종을 비롯해 1천349종이 살고 식물은 고유종 150종을 포함해 570종을 헤아린다. 세계 유일하게 민물에서 사는 바이칼물범도 있고 물고기 오물은 이곳의 명물로 꼽힌다. 유네스코는 1996년 이 일대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영하 40℃까지 떨어지는 이곳 추위는 혹독하기로 이름나 있다. 러시아혁명 발발 후 혁명을 저지하려는 백군의 부대가 1920년 1월 꽁꽁 언 바이칼호를 건너다가 부대원 전체가 얼어 죽기도 했다. 이때 러시아 귀족이 갖고 가던 금은보화가 바이칼호(앙가라강이라는 설도 있음)에 가라앉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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