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미발령 4천명 '임용절벽' 시대…비정규직문제에도 불똥

입력 2017-08-03 16:20   수정 2017-08-03 18:06

초등교사 미발령 4천명 '임용절벽' 시대…비정규직문제에도 불똥

"교원 수급정책 손질해야"…비정규직 정규직화 '풍선효과'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고유선 이재영 기자 = 올해 서울지역 공립 초등교사 선발예정 인원이 작년의 8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고, 광주지역 초등교사를 단 5명만 뽑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원 수급정책의 난맥상에 대한 지적이 거세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비정규직 교원의 정규직화와 얽혀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싸고 학교급별·채용방식별로 교사들의 '제로섬 게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크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공립 초중등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한 뒤 발령을 받지 못한 대기자는 지난달 3일을 기준으로 모두 3천965명(군입대 등 유예자 제외)이다.

이 가운데 88.7%인 3천518은 초등 임용대기자다.

교과목별로 교사를 뽑는 중·고교는 경우 휴직자가 있어도 대부분 기간제 교사를 뽑는다. 휴직자가 복직하면 특정 교과목만 교사가 과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목 제한이 없는 초등교사의 경우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교원을 넉넉히 뽑다 보니 대기 상태인 예비 교사가 많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교원 정원이 축소된 점, 2016년에 8천명에 달했던 명예퇴직자가 경기침체로 지난해 3천명대로 급감한 점도 임용 적체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임용대기자가 수천명에 이르다 보니 교육 당국이 수요 예측 등 교원 수급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청과 교육부는 임용 대기자가 없으면 갑작스럽게 퇴직·휴직자가 생겼을 때 결국 기간제 교사를 써야 한다며 수급정책이 정확히 들어맞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용 적체가 심각하고 2018학년도에 '초등교사 선발 절벽'이 현실화한 것과 관련해서는 다소 난감한 표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다소 급작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교육부가 교사 정원을 줄이면서 신규교사 선발 인원은 유지하라는 요구를 몇 년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정원'은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교육부가 협의해 정하지만 퇴직·휴직·복직자 규모을 고려해 '선발 인원'을 결정하는 것은 각 시·도 교육청"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와 1수업 2교사제·고교학점제 도입 등 정부 공약을 위해 유치원·중등교사를 늘리면서 '풍선효과'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간제 교·강사 등 비정규직 교사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가 커지면서 임용시험을 통한 정규직 교사 선발이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김모(30) 교사는 "수급조절에 실패했으면 이를 인정하고 적정한 선발 인원을 산출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등 (임용) 방안은 얼마든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강사 등 비정규직 학교 강사를 정교사로 전환하기보다 임용시험을 통해 자격을 갖춘 교사를 선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10개 교대와 3개 대학 초등교육과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이날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박정은 교대련 의장은 "최근 공공부문 고용을 늘리자는 추세여서 초등교사 선발이 이 정도로 감소할지 몰랐다"면서 "다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초등교사 선발예정인원 급감에 대해 임용시험 준비생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2017학년도에 846명이던 서울 초등교사 선발인원이 2018학년도에는 105명이 된다는 소식에 임용시험 준비 온라인 카페에는 이전 선발 인원과 이번 선발예정 인원을 비교하는 글과 함께 "역대 최악의 임용시험이 될 것", "절망스럽다", "교육 당국이 교사 수급조절에 실패한 부담을 시험준비생이 진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기간제교사 등을 정교사로 전환해주기 위해 교육 당국이 임용시험을 통한 교사 선발을 줄이려 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기간제교사와 영어전문강사, 스포츠강사의 정규직화하면 정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교대 졸업생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이날 '자격없는 비정규직 강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한다'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날 오후 7천600여명이 서명했다.

청원 작성자는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의 거센 정규직화 요구에 힘든 임용시험을 통과한 예비교사와 교대·사범대생 자리가 위협받는다"면서 "임용시험에 합격한 대기발령자들의 앞길을 강사들이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누리꾼은 "두 친구가 있다. 한 친구는 정교사가 되려고 공부를 했고 다른 친구는 비정규직 교사라도 돈 벌려고 계약직으로 일한다. 그런데 계약직 친구는 비정규직 철폐라는 이유로 정규직 교사가 되고 임용시험 준비하던 친구는 자리가 없어져 실업자가 된다. 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cin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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