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나거나 버려지거나…여름 휴가철 반려동물 '명암'

입력 2017-08-04 08:34  

함께 떠나거나 버려지거나…여름 휴가철 반려동물 '명암'

'펫코노미' 열풍에 반려동물 동반 숙소·수영장 인기

휴가지서 버려지기도…7∼8월 유기동물 한해 월평균 20% 웃돌아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김예나 기자 = 반려동물과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는 인구가 1천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휴가철 모습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휴가 기간 반려동물을 전용 호텔이나 동물병원에 맡기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함께 비행기를 타고 휴가지로 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등 반려동물이 '동반 여행자'로 당당히 자리 잡는 모습이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증가하는 만큼 휴가지에서 마치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동물도 느는 추세여서 반려동물에 대한 의식 개선이 여전히 필요해 보인다.





◇ "휴가는 같이" 반려동물 동반 펜션·수영장 인기…비행기 타는 '가족'↑

직장인 이모(32·여)씨는 최근 여름 휴가를 준비하면서 서울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경기도 가평 일대의 펜션을 알아봤다. 3년 넘게 키우는 고양이를 함께 데려가기 위해서다.

이씨는 "전에는 부모님께 맡기거나 동물병원, 호텔 등을 이용하곤 했지만, 올해는 함께 휴가를 즐기려고 반려동물과 숙박 가능한 펜션, 동반 출입 가능한 식당 등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4일 포털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반려동물 숙박', '애견 펜션 등을 검색하면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거나 관련 시설을 제공하는 숙박업소 수십 곳을 찾을 수 있다.

성인 2명이 이용하는 '커플룸'을 기준으로 보면 평소에는 숙박료가 10만원 안팎이지만, 7월 말에서 8월 중순까지 성수기에는 20만원을 훌쩍 넘는다.

반려동물 크기별로 1만원∼5만원가량 추가 요금을 매기는 곳도 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 전용 수영장, 잔디밭 등 시설을 갖춘 숙박업소는 휴가철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됐다고 한다.

애견 목욕탕과 수영장, 각종 비품을 갖춰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가평의 한 반려동물 펜션은 "지금 너무 바쁜 철이라 여유가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충남 태안에 있는 한 반려동물 펜션은 "최근에 예약 문의가 넘친다"며 "보통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데 부모와 아이 3∼4명에 반려견까지 함께 데려와 휴가를 즐기고 간다"고 전했다.

'반려동물 전용 휴양시설'을 찾는 사람도 많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한 애견 전용 워터파크는 올해 처음 생겼지만 주말 평균 200∼250여명의 반려동물 가족이 이용한다고 한다.

워터파크 관계자는 "반려견이 스트레스받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수영장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며 "반려견을 위해 휴가를 쓰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려동물을 비행기에 태워 휴가지로 데려가는 인구도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제주지역의 관련 업계는 '펫코노미'('펫'(반려동물)과 '이코노미'(경제)의 합성어) 덕에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제주에서 애견 동반 펜션을 운영하는 강지혜(33·여)씨는 "이미 휴가철 예약이 다 찼는데도 문의가 계속 온다"면서 "가족 단위로 반려동물을 데려와 함께 갈 수 있는 해수욕장이나 공원은 어딘지, 출입이 가능한 식당은 어떤 곳이 있는지 많이 묻는 편"이라고 말했다.






◇ 유기동물 늘지만 적발 어려워…"소모품 아닌 가족으로 인식해야"

반면 휴가지에서 주인에게 버림받거나, 관리 소홀로 실종돼 유기동물이 되고 마는 대조적인 모습도 적지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휴가철인 7월 유기동물 처리 건수는 9천93건, 8월은 8천936건으로 월평균 9천15건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월평균(7천478건)보다 20.6% 많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인식하며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해 이런 결과가 나온다고 지적한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의 한 관계자는 "동물이 아주 어릴 때 귀엽다며 충동적으로 구매했다가 막상 크니까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동물을 생명으로 여기고 책임을 느끼는 인식이 부족해 쉽게 산 만큼 쉽게 버린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의도적으로 유기해도 당국이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휴가철에 일부러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은 인식표가 달린 목줄을 제거하고 버리는 탓에 사실상 주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기 행위가 적발돼도 처벌 수위는 약하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을 유기한 소유자에게는 형사처벌이 아닌 100만원 이하 과태료만 부과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동물 유기행위에 대한 과태료 상한을 300만원으로 높인 개정 동물보호법을 내년 3월 시행한다.

동물보호단체는 반려동물을 소모품이 아닌 '가족'으로 대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간 차원의 인식 개선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직업체험 테마마크 '키자니아'는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기동물 체험관 '동물복지센터'를 서울에 개관했다.

동물복지센터에서는 유기동물이 어떻게 버려지는지, 구조와 치료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키자니아 측은 "유기동물에 대한 바른 인식을 주는 교육과 체험 등을 통해 유기동물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책임감 있는 반려동물 문화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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