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회담일 언제?" 숨죽인 이슬라마바드…긴장 속 '폭풍전야'

입력 2026-04-19 16:39   수정 2026-04-19 17:01

[르포] "회담일 언제?" 숨죽인 이슬라마바드…긴장 속 '폭풍전야'
미·이란 1차회담 직전보다는 통제 느슨…2차 회담일 잡히면 보안 강화할듯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엿새 만에 다시 찾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도시 전체에서 '철통 보안'을 유지해 삼엄했던 지난주와는 다소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 11∼12일 열린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 회담을 앞두고는 특수부대 군인과 경찰관들이 시내 곳곳에 배치됐었다. 당시 주택가 골목길까지 대부분의 도로를 통제했지만 19일 오전(현지시간) 상황은 그 정도 수준에는 미치지 않았다.
1차 종전 회담이 결렬로 끝난 뒤 통제가 풀린 이슬라마바드 시내 주요 도로는 휴일 오전이기 때문인지 평일보다 더 한산했다. 이슬라마바드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왕복 8차선 '진나 도로'는 지난주만 해도 일부 구간이 막혔지만 이날은 검문소도, 철조망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다만 진나 도로를 따라 주요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레드존'(red zone·적색구역) 인근에 이르자 이날부터 다시 경계가 강화된 상태였다.
경찰관들이 지난주처럼 검문소 앞에서 차량 탑승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한 뒤 다른 도로로 우회시켰다.
최근 파키스탄에서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소셜미디어(SNS)에는 "며칠 안에 주요 외국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에 (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쌍둥이 도시(이슬라마바드와 라왈핀디)에서 보안 경계 태세가 강화됐다"는 공지 글이 올라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주말에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며 종전 합의가 타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외신들도 양국 간 2차 종전 회담이 2주 휴전 시한이 끝나기 전인 20일 파키스탄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파키스탄 SNS 공지에는 "오늘(17일) 밤부터 26일까지 10일 동안 쌍둥이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가는 대중교통 버스 터미널을 폐쇄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덧붙여 있었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 13년째 가이드 일을 하는 한국인 배모(54)씨는 "여행업을 하고 있어 대중교통이나 도로 통제 소식을 SNS에서 항상 챙겨보는데 버스 터미널 폐쇄 공지가 있었지만 실제로 폐쇄되지는 않았다"며 "아마 이번 주말로 예상된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회담이 아직 날짜가 잡히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종전 회담 일이 정해지지 않은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다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지난 17일 호르무즈 해협의 '일시 개방'을 발표한 이후 유조선 10여 척이 해협을 통과했지만, 이튿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국이 해상 봉쇄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통항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후 해협 인근에서는 선박 피격 신고도 잇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종전에 합의하지 못하면 휴전 연장 없는 공습 재개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란 대표단을 이끄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그동안 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G9 마르커즈 터미널에서는 SNS 공지와 달리 북서부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하리푸르 등지로 가는 시외버스가 정상적으로 운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터미널에서 만난 버스회사 매표소 직원 지샨(25)은 "보통 주말에는 오전부터 승객들로 터미널이 북적이는데 오늘은 일요일이지만 조용하다"며 "미국과 이란 회담으로 지난주부터 도로가 통제된다는 소식이 방송에서 계속 나오면서 사람들이 다른 도시로 이동할 엄두를 못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회담 일정이 발표되지 않아 보안 태세가 다소 느슨해 보이지만 곧 회담 일이 정해지만 이슬라마바드는 다시 '철통 보안 태세'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키스탄인 오랑제브(52)는 "파키스탄이 제일 잘하는 게 도로든 통신이든 전부 차단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이란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로 출발하면 지난주 수준의 보안 태세가 또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일 중재국인 파키스탄이 제안한 '2주 휴전안'을 수용한 뒤 1차 종전 회담을 했으나 결렬됐고,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는 21일(이란 현지시간 기준 22일)을 마감 시한으로 잡고 물밑 협상을 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이 재개될 경우 최대 쟁점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호르무즈 해협 개방, 대이란 제재 해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 중단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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