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제주국제관악제 유럽 교류 가교 윤중헌씨

입력 2017-08-08 14:10   수정 2017-08-09 08:56

[사람들] 제주국제관악제 유럽 교류 가교 윤중헌씨

재독일 음악인…관악제 산파 역할, 사비까지 들여가며 관악팀 섭외·인솔

제주-독일 교류 민간 외교관 역할도…"로렐라이 주민 대부분 제주도 알아"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의 여름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제주국제관악제가 어느덧 22회째를 맞았다. 8일 개막하는 올해 관악제·콩쿠르에는 22개국 3천700여명이 참가해 제주섬을 아름다운 선율로 물들인다.

이처럼 제주국제관악제에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연주자와 밴드,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하게 된 데는 재독일 관악인 윤중헌(61)씨의 역할이 컸다.





서울 출신으로, 제주에는 연고가 전혀 없는 윤씨가 제주국제관악제 추진에 나서게 된 것은 '우연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독일 유학을 마치고 귀국, 경희대에서 강사로 있던 시절 제주 남녕고 학생을 지도하면서 제주의 음악인들과 교류하게 됐고, 1993년에는 제주지역 관악인들과 함께 대한민국 관악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철 오현고 교사를 알게 돼 1995년 제주국제관악제 첫 개최에서부터 힘을 쏟게 됐다.

윤씨는 제1회 행사 때부터 유럽 각국의 관악단을 섭외해 직접 제주까지 인솔하는 등 제주국제관악제가 국제적 규모를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초창기에는 경험이 없어서 추진이 서툴렀고, 예산도 모자라다 보니 사비를 쓰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첫 행사 후 1996년에는 예산 문제로 개최하지 못했고, 1997년에 다시 관악제를 열고자 제주시와 예산지원 협의에 나섰는데 당시 시청 담당 계장이던 현을생 현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장, 과장이던 고경실 현 제주시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추진에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관악제가 점차 자리를 잡아갈 무렵 제주국제관악콩쿠르도 열게 돼 행사의 인지도는 더 높아졌다. 콩쿠르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관악제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윤씨는 "한번은 스페인팀이 관악제에 참여했는데, 지휘자가 콩쿠르 입상자였다"며 "콩쿠르에 참여하면서 관악제에 대해서 알게 돼 팀을 데리고 왔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윤씨가 섭외, 인솔해온 관악팀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많을 때는 한해에 200여명을 이끌고 온 적도 있는데, 이때는 잠도 못 잘 정도로 바쁘고 정신이 없었다.

섭외에도 윤씨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초청하고 싶은 팀의 지휘자나 단장에게 관악제 홍보자료를 보여주고, 관심을 보이면 직접 찾아가서 단원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연다. 낯선 제주까지 가는 것을 걱정하는 해외팀에는 "내가 매년 제주에 간다. 인솔 전 과정을 책임지겠다"면서 신뢰감을 줬다.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뒤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제주까지 오는 것만도 대장정이다. 연주자들의 개인 짐과 관악기도 함께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항 셔틀버스의 짐칸이 작아서 악기를 다 싣지 못해 버스를 나눠 타고 이동하다가 비행기를 놓친 적도 있고, 대형 탑차를 대기시켜놨다가 악기와 짐을 옮기기도 했다.

해외에서 제주국제관악제에 참여하려면 준비에 2년여가 걸리는 만큼 미리부터 섭외에 나선다. 이미 내년과 내후년에 초청할 팀 섭외도 마쳤다고 윤씨는 전했다.

섭외뿐 아니라 자신이 결성을 추진한 중앙라인강브라스밴드 등을 이끌고 와서 직접 지휘봉을 잡는 등 무대에 서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관악제를 계기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와 라인강 세계문화유산지구에 있는 로렐라이시 간 교류도 시작됐다.

2009년 제주 돌하르방이 로렐라이 언덕에 세워지고 이듬해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 어영공원에는 로렐라이 요정상이 세워졌다. 이후로 양측 관계자들이 로렐라이의 불꽃축제와 제주 들불축제에 서로 참가하고 문화교류도 이어가는 등 우정을 다지고 있다.

2011년에는 제주도 내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한라소년합창단이 독일 등 유럽 3개국에서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씨는 이 과정에서도 가교로 나서는 등 '민간 외교관'으로서 양국의 문화교류에 많은 역할을 했다. 윤씨는 "로렐라이 사람들이 대부분 제주도를 알 정도가 됐다. 현지 방송에서도 제주가 종종 비치곤 한다"고 전했다.











윤씨는 매년 관악제가 열리는 8월에 제주를 찾다 보니 독일에 있는 가족들이 자신 때문에 항상 여름 휴가를 함께 보내지 못했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윤씨의 아들은 10여년을 함께 관악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제주를 찾은 윤씨는 이제는 제주국제관악제가 특색있는 대규모 국제적 페스티벌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규모의 관악 페스티벌은 없다고 자부했다.

이번에 조직위원장을 맡은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에 대해서도 "공직생활을 오래 했고 문화예술 쪽으로도 관심이 많은 분이라서 함께 추진하는 분들이 굉장히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윤씨는 도민 참여가 미흡해 아쉬움이 있다며 좀 더 제주 깊숙이 스며드는 관악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씨는 "관악제 출연팀을 보면 유럽에서는 연주회 티켓이 1년 전에 다 팔릴 정도로 저명한 분들이 많은데, 제주에서는 도민 참여가 적은 편"이라며 "올해도 밖거리 음악회, 우리동네 관악제, 해녀공연팀과의 협연 등으로 제주 곳곳에 찾아가는 만큼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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