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녹조라떼' 대청호 가보니…악취나는 진녹색 찌꺼기 '범벅'

입력 2017-08-10 09:06  

[르포] '녹조라떼' 대청호 가보니…악취나는 진녹색 찌꺼기 '범벅'

세탁 분말 세제 같은 녹색 알갱이 가득…"올해 같은 녹조는 처음"

진앙지 추소 수역 상황 심각…썩은 부유물 속 잉어 허연 배 드러내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불과 보름 만에 호수 전체가 진녹색으로 변했어요. 여름이면 으레 녹조가 시작되지만, 올해처럼 순식간에 퍼지기는 처음입니다"




지난 9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에서 조류 제거선을 운항하던 박찬훈(63)씨는 흡사 녹색 잔디밭처럼 보이는 호수를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가 손을 내밀어 가리킨 호수 가장자리에는 암갈색 녹조 찌꺼기까지 둥둥 떠다니며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의 양해를 구한 뒤 조류 제거선에 올라 확인한 물 상태는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세탁세제 분말을 뿌려놓은 것처럼 녹색 알갱이로 가득찬 물속은 한 뼘 깊이조차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탁했다.

박씨는 미세한 알갱이들이 바로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라고 설명했다.

그는 "녹조가 심한 곳을 보여주겠다"며 상류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5분 남짓 배를 몰아 도착한 곳은 '부소담악'이라고 불리는 기암괴석으로 된 절벽이다.





금강지류인 소옥천이 유입되는 지점인데,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녹조가 발생하고,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이다.

통상 질소·인 같은 오염물질이 빗물에 씻겨 호수로 유입되면 영양을 공급받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증식하는 데, 그 중 하나가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다.

바위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이곳은 소옥천에서 흘러든 물이 오랜 시간 고이는 특이한 지형 구조여서 그만큼 녹조 발생에 취약하다.

이를 입증하듯 진녹색 호수 위에서는 녹조 저감 장치인 수차(수면 포기기) 15대가 분주히 돌아가면서 물보라를 일으켰다.

5년 전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관리단에서 설치한 물순환 장치인데, 해가 뜨는 낮이 되면 자동으로 작동된다.

현장에서 만난 대청댐관리단의 장봉호 환경과장은 "수차는 용존 산소량을 늘려주고, 수면을 자극해 충격에 약한 녹조류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수차가 작동되는 수역의 물빛은 녹색기운이 훨씬 옅게 느껴졌다.

그러나 조류 제거선이 수차 사이를 헤집고 바위절벽에 접근하자 그곳 상황은 전혀 달랐다. 물보라의 파장이 거의 미치지 않는 바위 주변은 진녹색 녹조 찌꺼기와 수초 등이 뒤엉켜 비릿한 악취를 풍겼다.

팔뚝만한 잉어 한 마리는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썩은 부유물 틈에 끼여 가뿐 숨을 헐떡였다.

박씨는 "바위 병풍이 차단막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름 내내 짙은 녹색띠가 생기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부터 소옥천 합류 지점까지 4㎞ 남짓한 수역은 녹색 물감을 풀어놨다는 말 말고는 다른 설명이 어려운 녹조 집중 발생 수역이다.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수초조차 녹색 물빛에 가려 쉽게 구분하기 힘들다.







금강유역환경청의 손동석 과장은 "이번 여름 대청호 유역에 큰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소옥천 물이 댐 본류로 흘러들지 않고 추소 수역에 머물러 있다"며 "이로 인해 이 지역에 최악의 녹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최근 조사한 이 수역의 남조류 세포 수는 5만cells/㎖을 훌쩍 넘은 상태다. 표층수를 조사한 것이어서 조류경보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경계 단계' 발령 기준을 5배 웃도는 수치다.

지난달 26일 대청호 회남(보은) 수역에 처음 내려진 조류경보는 지난 9일 '관심'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됐다. 대청호에서 조류경보 '경계' 단계가 발령된 것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문의(청주) 수역에도 올해 첫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조류경보 관심 단계는 남조류 세포 수가 2주 연속 1천cells/㎖을 초과할 때, 경계 단계는 2주 연속 1만 cells/㎖를 초과할 때 발령된다.

소옥천 물이 고이는 추소 수역에서 시작된 녹조가 회남 수역을 넘어서 청주시 상수원인 문의 수역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녹조 확산으로 당국의 수질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강유역환경청은 조류 확산을 막기 위해 소옥천 합류지점 등에 조류 차단막을 설치하고, 이번 주부터 조류 제거선을 투입해 물위에 떠다니는 조류 찌꺼기를 걷어내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합동 단속반을 편성 오염물질 배출업소와 축사시설 점검을 강화하는 등 오염원 차단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심이 얕은 문의·추동(대전) 수역의 수온은 이미 25도를 넘나들고, 표층은 30도에 육박해 유해 남조류가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금강물환경연구소 이재정 박사는 "지난달 이후 간헐적으로 내린 비로 육상의 영양염류가 상당량 유입된 상황이어서 불볕더위가 이어진다면 녹조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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