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민족정기 유린 현장…고양 '서삼릉 태실'

입력 2017-08-13 06:10  

일제 민족정기 유린 현장…고양 '서삼릉 태실'

15일 광복절 오전 '임시개방'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서삼릉(사적 제200호) 내 태실(胎室·왕족의 태를 항아리에 담아 보관해둔 곳) 집장지는 일제가 우리 문화재를 파괴했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13일 김득환(60) 서삼릉복원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서삼릉 태실은 민족정기가 유린당한 아픈 과거의 현장"이라고 밝혔다.

태실군은 집장지 철문을 열고 100여m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9천900㎡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집장지 주변은 1m 높이의 울타리를 쳐 경계로 삼았고, 내부는 조선 시대 왕의 태실비(胎室碑·태실의 주인과 건립 시기가 기록돼 있음) 22위와 왕자, 공주의 태실비 32위가 양쪽으로 구분돼 나란히 늘어서 있다.

태실의 주인공과 건립 시기, 원래 위치 등이 적힌 태실비는 글자체가 같아 모두 같은 시기에 조성됐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태실비의 뒷면은 일본 강점기에 있던 기록을 해방 후 지운 자국이 남아있다. 일부는 한국전쟁 때 포탄을 맞아 파손된 채 흉물스럽게 서 있다.

김 위원장은 "전국 각지 명산에 조성된 태실은 왕실에서 관리를 임명해 엄격히 보관해왔다"면서 "1930년대 조선총독부가 '태실이 파괴될 염려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흩어져 보관돼 있던 왕과 왕손의 태실 54기를 파내 이곳에 옮겨와 서삼릉 태실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일제는 우리의 전통적 조성방식을 무시한 채 태함(胎函·화강석 재질의 관으로 태 항아리를 보관)을 시멘트 관으로 바꾸고 태실 주변을 날 일자(日)형으로 담을 둘러 민족정기를 말살하려 했다.





또 문종·세조·성종 등의 백자 태 항아리 10여 점과 태조 등의 태실 봉안 기록이 담긴 태지석(胎誌石) 17점을 빼돌리고 조잡한 일본강점기의 물건으로 바꾸는 등 전통문화 파괴를 시도했다.

그나마 1996년 문화재연구소가 철제 담을 없애는 등 왜색이 짙은 태실을 정비했다.

그러나 아직 태실의 규모나 내부시설 등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서삼릉복원추진위원회는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오는 15일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서삼릉 태실 일대에서 '서삼릉 능역의 비공개 구역에 대한 문화답사와 사진전'을 연다.

이날 태실·효릉·왕자와 공주의 묘, 귀인의 묘, 연산군 생모 폐비 윤씨의 묘 등 서삼릉 능역의 비공개 구역에 대한 답사도 이뤄진다.

또 태실·태 항아리·태지석 등 서삼릉의 발굴 등을 기록한 태실 관련 사진 60여 점을 서삼릉 비공개 구역에서 전시한다.

서삼릉은 대표적인 조선 왕릉 가운데 하나로 예릉(철종과 왕비 능)과 희릉(중종의 계비 장경왕후 윤씨 능), 효릉(인종과 왕비 능) 등이 있다.

'서삼릉 지킴이'로 통하는 김 위원은 "현재 원 상태로 보존된 태실은 전국에 10여 곳 정도로, 조선 후기까지 130여 곳이 있었다"며 "국가 차원에서 태실에 대한 역사적 고증을 거쳐 태실을 원래 조성된 곳에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삼릉 태실은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역사 파괴의 현장인 만큼 앞으로 청소년 등의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해 나갈 방침"이라며 "교육을 위해서라도 태실이 복원돼 일반에 상시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답사와 사진전 참여는 역사 관계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없다.

문의 및 참가 신청은 서삼릉복원추진위원회(☎031-965-3339)로 하면 된다.

n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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