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은 어디에…5천486명 훈장 전수 못해

입력 2017-08-12 07:07  

독립유공자 후손은 어디에…5천486명 훈장 전수 못해

6·25전쟁 때 제적부 소실, 이름 불일치 등으로 추적 난항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광복 72주년을 맞은 시점이지만 여전히 일제강점기 독립유공자들의 후손을 찾지 못해 대한민국장 등 주요 훈장을 전수하지 못한 사례가 5천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가보훈처와 부산지방보훈청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서훈이 확정된 유공자 1만4천651명 중 5천486명의 후손이 확인되지 않아 훈장을 전수하지 못하고 있다.




훈격별로 보면 대한민국장 1명, 대통령장 5명, 독립장 174명, 애국장 2천543명, 애족장 1천732명, 건국포장 352명, 대통령 표창 679명이다. 훈장 미전수율은 37.4%다.

이중에는 남만주지역 무장투쟁단체가 통합된 정의부(正義府) 총사령관으로 독립군을 지휘한 송암 오동진(대한민국장) 선생도 포함돼 있다.

송암 선생은 2년간 연인원 1만4천149명의 독립군을 이끌고 일제 관공서 습격 143차례, 일제 관리와 밀정 살상 914명이라는 전과를 올렸다.

선생은 1927년 12월 변절한 옛 동지의 밀고로 체포된 뒤 국내로 압송돼 6년여의 재판 끝에 무기형을 받아 수감됐고 광복을 1년여 앞둔 1944년 5월 모진 옥고 끝에 공주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오 선생 외에도 일제의 군대 해산에 저항해 남대문에서 시가전을 벌이다 순국한 대한제국 시위대 참위(현 소위) 남상덕 선생, 1906년 미국 네브래스카주에 해외 최초의 독립군 사관학교인 한인소년병과학교를 세운 박용만 선생, 일제 침략을 정당화하고 한국을 비난하는 망언을 한 대한제국의 외교 고문이던 미국인 스티븐스를 저격한 장인환 선생 등이 1960년대에 대통령장을 추서 받았지만 50년 넘게 후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훈장 미전수 사유를 보면 '북한 본적'이 2천288명으로 가장 많고 '본적 미상' 1천937명,' 제적부 없음' 103명, '무연고' 90명이다.

이들 4천418명을 제외한 나머지 1천68명의 본적은 확인됐지만 훈장 전수 가능성을 장담할 수는 없다.

해당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협조로 제적부 등 자료 열람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공적서에 명시된 인적사항이 제적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부산지방보훈청은 1920년 중국 '배달학교'의 교사로 민족교육을 하다 일본군에 잡혀 피살, 순국한 조용수 선생의 애국장을 훈장 추서 19년 만인 올해 5월에 선생의 손녀에게 전수한 적이 있다.




그동안 독립운동자료와 족보·제적부 상의 이름이 달라 후손을 찾지 못하다가 사망일과 본적지 주소 등을 추적한 끝에 선생의 손녀 조연숙(67·여) 씨를 겨우 찾았다.

이런 이유 외에 독립유공자의 본적만 국내로 돼 있고 출생지와 활동지가 북한 지역이면 별 도리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독립유공자가 여성이면 호주가 아니어서 제적부 확인 등 전산상 검색이 안 된다.

부산지방보훈청 황정숙 주무관은 "독립유공자의 후손을 찾는 작업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훈장을 받고 감격하는 후손들을 생각하며 꾸준히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와 각 지방보훈청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독립유공자의 정보를 알리고 후손을 찾는 작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http://www.mpva.go.kr/main.asp)에 접속해 '공훈전자자료관'→'독립유공자 정보'→'독립유공자 후손찾기' 메뉴에 가면 독립유공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명단에 등록된 독립유공자의 후손은 제적부나 족보 등의 관련 서류를 갖춰 국가보훈처나 각 지방보훈청에 신청하면 된다.

자세한 문의는 보훈상담센터(☎1577-0606)로 하면 된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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