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가계와 기업 등이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제2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가파르게 늘어나 763조를 넘어 섰다. 한국은행 집계 결과 지난 6월 말 현재 제2금융권 여신 잔액은 763조7천억 원으로 한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올 상반기에 39조1천500억 원(5.4%)이 증가했다. 반기 증가 규모로는 작년 하반기(52조9천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크며,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4조2천600억 원이 많다. 2007년 360조 원이었던 여신 잔액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난 셈이다. 제2금융권에는 신용협동조합, 생명보험사 등도 포함되며 대부업체는 제외된다.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한 것은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부동산 시장 활황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고 사업자금, 생활비 등을 위한 대출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용이 낮은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제2금융권 대출을 많이 이용하고 금리가 은행금융기관(제1금융권)보다 높다는 점에서 이런 증가세는 여러 가지 우려를 낳는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한국은행이 실제 인상에 나서면 제2금융권 대출 금리가 뛰어 이들 취약계층은 '이자 폭탄'을 맞게 된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낸 가계부채보고서를 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계층의 가계대출에서 제2금융권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자영업자의 비은행권 가계대출 비중 역시 각각 43.2%, 41.4%로 집계됐다. 다만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과 지난 3월부터 금융당국이 도입한 상호금융·새마을금고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하반기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부문 급증세가 다소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다행이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자산규모 1천억 원 이상의 상호금융조합과 새마을금고 1천658곳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이전보다 더 깐깐한 기준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가계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규모 기업들의 대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앞서 "가계대출에 대한 건전성 관리가 강화되자 중소기업 대출이 늘고 있다"면서 "특정 부문의 규제 강화가 다른 부문의 대출 압력 증대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취약계층이 대출 심사 강화로 제2금융권 이용이 어려워 대부업체나 불법 사금융업체를 찾아갈 경우 이들이 안게 될 부담과 위험은 더 커지게 된다. 정부는 이달 안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마련되는 이 대책에는 자영업자 부채 관리 방안도 포함된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 대출 증가세를 적절히 통제하되 취약계층이 고금리의 사금융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묘안을 찾아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담아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