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교수 "인간의 양심은 마음의 힘이자 현실의 힘"

입력 2017-08-17 11:03   수정 2017-08-17 11:50

김우창 교수 "인간의 양심은 마음의 힘이자 현실의 힘"

강연 원고 모은 '법과 양심'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정신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위엄은 단지 단호한 양심의 행동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평상적인 삶의 기초에 들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양심은 마음속의 힘이면서 현실의 힘이고 그 이상의 것이다."

한때 한국 사회에서 양심의 실천은 고난을 뜻했다. 목소리를 높여 민주주의, 자유, 평등의 가치를 주장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양심의 힘이 조금씩 모여 한국은 민주화를 이뤄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인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신간 '법과 양심'(에피파니 펴냄)에서 책 제목처럼 법과 양심에 대해 논한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요소인 법과 양심을 인문학적으로 고찰해 설명한다.

그는 "부도덕과 부정의에 대한 투쟁은 양심에 근거한다"며 "양심은 정의가 사익(私益)의 명분이 되는 것을 막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심은 모두 다르다. 자라온 환경과 정치관, 직업에 따라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도 상이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자유와 당위의 양극 사이에서 양심은 여러 형태를 갖고, 현실의 다양한 전개 속에서 여러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뛰어난 인간은 그 개체성 안에 보편적 가능성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보편적 양심을 지닌 채 살아간다면 인간의 행동을 제약하기 마련인 법은 필요하지 않다. 또 어떤 법 조항은 대다수의 양심과 어긋날 수도 있다.

저자는 "사회나 국가의 질서가 덕으로만 유지될 수는 없다. 법이 중요하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덕의 배경이 없는 법은 폭력에 직결되고 설득을 통해 얻는 권위도 잃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사회는 "진실의 사회"가 아니라 "인간적 현실의 여러 요소가 균형을 이룬 사회"라고 규정한다. 결국 양심만 좇을 것이 아니라 법과 양심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가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도 제시한다. 그중에는 인간관계의 예의가 없어지면서 불거진 이른바 '갑질' 논란의 해법도 있다.

그는 "전통사회의 존경심은 거죽만 남았고, 그것을 정당화하는 예의의 질서는 사라졌다"고 비판한 뒤 "오늘에 와서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은 서열이 아닌 모든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고 역설한다.

김 명예교수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헌법재판소, 사법연수원, 대학 등에서 했던 강연을 모아 펴낸 책이다. 336쪽. 1만6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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