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세차서비스, 스쿠터 택시 등장…"지도부도 변화 목막아"

입력 2017-08-25 17:26  

북한에 세차서비스, 스쿠터 택시 등장…"지도부도 변화 목막아"

2월 방북한 프랑크 교수 "25년간 자주 드나들며 北사회 변화 실감"

"가장 합리적이고 위험하지 않은 북핵 해법은 北내부 변화 지원하는 것"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동독 출신으로 남북한을 비롯해 동아시아 경제사회 문제에 정통한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교수가 북한 방문을 통해 현장의 사회경제 변화를 관찰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원, 촉진하는 방식이 북한 문제의 해결이라는 지론을 거듭 주장했다.




그가 방북한 때는 지난 2월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과 한국의 대선 정국 속에서 한미 키리졸브 훈련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 긴장이 높아가던 때였다.

프랑크 교수는 계간 글로벌아시아에 기고한 북한 방문기에서 자신이 "지난 25년 동안 북한을 뻔질나게 드나든" 만큼 북한 사회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처지라고 자부하면서 이번 방북에서도 "북한이 그 기준과 삶의 질, 정보의 수준 등에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으며, 중산층이 커지면서 지금까지 거의 틈이라곤 없던 북한 사회의 응집성에 도전"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지도부는 이런 흐름을 인식하고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갑자기 중단시키고 중산층을 제거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지못해 이 흐름을 탄 채 때때로 속도를 늦추려는 시도를 해보지만, 결국은 압력이 커져서 사회적 폭발로 이어질 것을 우려, 손을 놓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그는 북한 사회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관찰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하고, 그러나 "지난 2002년 7월 개혁조치 발표 이후 시작된 북한의 변모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것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랑크 교수는 당시 거론되고 있던 대북 외과수술식 타격, 전면전, 경제 제재 등보다는 "북한 내부의 이러한 긍정적인 흐름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동시에 가장 위험도가 덜한" 대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프랑크 교수가 전한 북한 현지의 변화상.



▲느슨한 입국

순안공항에서 휴대전화를 제출하긴 했으나 이전 방문 때와 달리, 휴대전화 잠금 해제나 단말기 식별번호를 요구받지 않았다. 휴대전화나 태블릿 파일 내용도 검색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방북 사례 중 가장 느슨한 입국 절차를 거친 셈이다.



▲평양 차량 홀짝제 운행

북한의 차량 번호판 색깔이 군용 차량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바뀌었다, 북한을 방문할 때 다른 차량 번호판은 몰라도 군용 차량 번호판 특징은 알아두는 게 좋다. 멋모르고 사진을 찍었다간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평양에선 차량이 홀짝제로 운행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엄격히 시행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더라도 당국이 홀짝제를 시행키로 한 사실 자체는 평양의 교통량 증가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창업 업종: 세차

주유소가 급증한 게 눈에 띈 것에 더해 세차장도 10여 곳 발견했다. 일부는 정식으로 '차세척'이라는 간판까지 내걸었고 일부는 가설 세차장이었다.

세차장이 생긴 것이 차를 깨끗하게 몰고 싶어하는 개인 운전자들의 수요 때문인지 당국이 수도 평양 미화 필요성 때문인지 알기 어렵지만, 어느 경우든 경제학적으로 보면 서비스 분야의 공급 측면이 수요에 신속하게 부응한 셈이다. 이는 시장 경제에선 당연한 일이나, 분명히 북한의 국가사회주의 체제에선 대체로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꿩 대신 닭: 전기 자전거

최근 북한에서 차량이 크게 늘어나긴 했으나 아직은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며, 휴대폰 등록 숫자로 추정되는 약 300만 명의 신흥 중산층에도 그렇다. 승용차를 보유하려면 주유 부담도 크다.

지난 2014년 라선 경제특구를 방문했을 때 중국과 인접한 특성 등으로 인해 전기 자전거가 개인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봤었다. 이제는 북한 전역, 특히 평양으로 전기 자전거가 보급되고 있다. 평양의 경우 얼추 자전거 20대 중 1대꼴로 커다란 배터리를 달았다.

평양 광복지구 상업지구에서 전기 자전거에 북한 돈으로 270만 원(미화 340달러, 한국 돈 38만 원가량)의 가격표가 붙어 있는 것을 봤다. 휴대폰 2~3대 값으로 비싸긴 하지만 중산층이 넘볼 수 없는 가격은 아니다.



▲교통 경찰관용 신형 오토바이

푸른색 제복의 '교통안전'(교통경찰) 옆에 위장 무늬로 도색한 신형 오토바이가 지급됐다. 과거처럼 '보통강' 상표이긴 하지만 외관은 1950년대 형을 벗어나 1990년대 형쯤은 돼 보였다.




▲자전거 택시

내가 방문한 2월은 아직 겨울인데도 가두 판매점은 사과 외에도 일부에선 바나나와 오렌지도 팔고 있었다. 거리 모퉁이마다 펑크난 자전거 타이어를 수리하거나 바람을 넣어주는 간이 수리점이 있고, 하다못해 가스라이터에 가스를 넣어주고 푼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는 자전거, 전기 자전거, 전기 스쿠터를 이용한 비공식 수송 시장도 평양에 만들어 냈다. 시장 등 고객들이 몰리는 장소 입구에 남자들이 자전거나 스쿠터를 세워두고 기다리다가 장을 본 여성과 짧은 가격 흥정을 통해 돈을 건네받고는 장바구니를 든 여성을 뒷자리에 태워 목적지에 내려주는 방식이다.







▲지방에서도 택시 운행

평양에는 고려항공, 마식령 스키리조트, KKG, 조선금강총회사 등이 운행하는 택시들이 경쟁을 벌일 정도로 택시가 많이 늘었다. 평양에서 택시비는 주야와 주일·주말에 따라 1km에 미화 50센트~1달러 정도. 택시 안 계기반엔 승객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거나 신발을 벗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경제특구인 나선 외에도 청진, 평성 등 도청 소재지들에서도 택시가 점점 운행되고 있다. 이는 차량과 연료라는 공급과 구매력이라는 수요가 생기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느리긴 하더라도 평양에 집중돼 온 부가 북한의 다른 지역으로도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 복권

북한 전역에서 `체육추첨'이라는 간판을 단 푸른색 가두 매점을 볼 수 있다. 북한에서도 복권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 복권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여윳돈이 있으며 물질적 욕구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질적 욕구는 필연적으로 이념을 희생시킨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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