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후생이 성리학의 반대 이론?…실학은 유학의 일부"

입력 2017-08-28 08:20   수정 2017-08-28 15:26

"이용후생이 성리학의 반대 이론?…실학은 유학의 일부"

강명관 교수 "실학자들, 전통 사족체제서 벗어나지 못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후기에 나타난 실학(實學)은 흔히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사상이자 성리학에 대한 비판 담론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시각은 조선의 사족(士族) 중심 사회를 해체하려는 학문적 시도가 실학이었다는 견해로 이어진다. 조선 후기 화폐경제의 발달은 실학의 대두로 인해 가능했다는 주장도 있다.

강명관 부산대 교수는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이 지난 25일 '한국의 학술엘리트'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실학과 성리학이 대립적인 사상이라는 일부의 해석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강 교수는 "실학은 조선 후기 사족체제의 자기조정 프로그램이었다"고 규정한 뒤 "자기조정 프로그램은 사족체제의 기존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이란 거대한 지적 체계를 통과하면서 서술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즉 조선에도 사족체제를 넘어서려는 자발적 경로가 존재했고, 그것이 바로 실학이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실학은 자본주의적 근대로의 발전과 민족의 제작이라는 20세기 한국사회의 지향에 맞춰 구성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학자들이 내세운 이념으로 알려진 이용후생(利用厚生)을 분석했다.

이용후생은 대표적인 실학자인 초정(楚亭) 박제가가 정조 2년(1778) 청나라를 돌아보고 쓴 '북학의'(北學議)에 등장한다. 박제가는 북학의 서문에서 "이용과 후생은 둘 중 하나라도 갖춰지지 않으면 위로 '정덕'(正德)을 해친다"고 적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이용과 후생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도덕적 완성인 정덕을 위한 선행조건일 뿐"이라며 "화폐를 매개로 한 노동과 소비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실학을 연결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교수는 박제가가 무역의 당위성을 역설한 데 대해 "'이윤'이 아니라 '잉여물자의 교환'에 방점이 찍혔다"면서 "중국 상선과의 통상론에서조차 구체적인 방법과 상품 종류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제가의 무역론에는 상인, 방법은 물론 가격우위에 있는 상품에 대한 고찰도 없다"며 "이는 '무역을 하면 이익이 된다'는 당위적 주장으로 가득한 선언적 텍스트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강 교수는 또 다른 실학 서적인 연암(燕巖) 박지원의 '허생전'을 화폐경제에 대한 통찰이 담긴 책으로 해석하는 견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강 교수는 "허생이 상업과 무역으로 벌어들인 돈은 다시 자본으로 투자되지 않았다"며 "연암이 지향한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무정부주의적 소농사회였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우리가 실학자로 명명하는 지식인들은 특권화한 사족의 입장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실학자들의 자기조정 프로그램은 사족체제의 강력한 자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그는 근대가 전근대보다 무조건 우월하다는 시각은 지양하자고 제언한다. 예컨대 지역에 뿌리내린 소농이 오늘날 공장처럼 운영되는 대규모 농업보다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실학을 내재적 발전론과 연관 지어 편향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시장경제와 근대국가를 역사적 필연으로 전제하는 것"이라며 "근대를 찾기 위해 배제했던 전근대사회의 가치를 다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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