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에 우산혁명 지도부 명단 게재…정부 검열 비난 대자보 걸려
중문대 학생회장 "당국은 원하지 않아도 홍콩 독립논의 이뤄져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앙권력에 도전하지 말라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경고에도 홍콩의 한 대학 내에 홍콩 독립을 염원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중문대학 교정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HK INDEPENDENCE'(홍콩 독립·HK는 홍콩의 약자)라고 쓴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은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 학기 시작일인 9월 4일에 내걸린 것으로 보인다. 현수막 옆에는 정부의 검열을 비난하고, 토론의 자유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현수막과 대자보는 대학 당국에 의해 떼어졌다.
같은 날 중문대학 내 도서관 옆 '민주주의 여신상'에는 최근 투옥된 16명 활동가의 명단이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지난달 홍콩 고등법원은 조슈아 웡 등 2014년 '우산혁명' 지도부에 사회봉사명령과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불법집회 참가죄 등을 적용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에 수만 명의 홍콩시민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민주주의 여신상에 현수막을 내건 중문대학 학생회장 오 츠호는 "사람들의 의견 개진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당국이 비록 홍콩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홍콩의 미래를 위한 대안의 하나로서 독립 논의는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동은 최근 주권반환 20주년을 맞아 홍콩을 방문한 시 주석이 홍콩 독립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한 것에 공공연하게 저항한 것이다.
시 주석은 7월 1일 캐리람 홍콩정부 출범 연설에서 "국가 주권의 안전에 대한 어떠한 위해나, 중앙권력 및 홍콩 기본법 권위에 대한 어떠한 도전, 홍콩을 이용한 중국 본토의 침투·파괴 등은 모두 마지노선을 건드리는 것으로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홍콩 이공대학 정 김와 교수는 "홍콩 독립을 촉구한 현수막은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시 주석이 경고했다고 해서 베이징을 당혹게 하는 이러한 목소리가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