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미국이 조국"…트럼프 추방 결정에 '드리머' 당혹·좌절

입력 2017-09-06 16:31   수정 2017-09-06 16:58

"내겐 미국이 조국"…트럼프 추방 결정에 '드리머' 당혹·좌절

미 전역서 폐기 반대시위…참가자들 "물러서지 않겠다" 다짐

합법적·영구적 대안 가능성에 기대 걸기도…재미 한인단체 비판 성명





(시카고·서울=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DACA) 프로그램을 폐기하기로 하자 이 조치에 영향을 받게 된 불법체류 청소년들은 불투명한 미래에 당혹감을 나타냈다.

5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이민자 권익 옹호단체 '리저렉션 프로젝트'에서 상근직원으로 일해온 에어 렌돈(32)은 "TV로 발표를 보다가 뒷걸음질 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끔찍한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4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렌돈은 2012년 DACA 프로그램이 발효되면서 한시적 취업 승인을 받았다. 렌돈은 소속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DACA 수혜자 가족의 두려움을 진정시키고 행동지침을 마련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7세 때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메릴랜드주에 정착한 모니카 카마초 페레스는 이날 DACA 폐지 반대 시위에 참여하던 중 시행 중단 소식을 접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그는 "DACA 폐지는 이민자들을 어둠의 시간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다"며 "여기는 우리나라다, 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항의했다.

DACA 수혜자인 에리카 애니디올라(30)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두려워하며 숨기를 원하겠지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계와 종교단체 지도자들도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미국 가톨릭 시카고 대교구장 블레이스 수피치 추기경은 DACA 폐기를 "무정한 일"로 지적하면서 의회에 "DACA 대상자 보호를 위한 법안을 단호하고 신속하게 마련해줄 것"을 당부했다.






DACA는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해 학교나 직장에 다니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 추방을 2년 기한으로 유예하는 제도로,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후 연장 조치됐다.

DACA 대상자는 약 80만명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이들을 '드리머'(Dreamer)라고 부르며 취업 허가와 운전면허 취득, 대학 재학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DACA 수혜자들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일리노이, 뉴욕, 텍사스 등 5개 주에 몰려 있으며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 출신 비율이 가장 높다.

그러나 한국과 필리핀, 인도 출신도 많다. 이 프로그램의 한인 청년 수혜자는 7천명에서 최대 1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드리머'들을 위한 비영리 단체인 E4FC의 캐서린 진 실장은 "곧 많은 미국인이 자신이 아는 사람들이 DACA 수혜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며 "아이의 선생님일 수도, 어머니를 돌보는 간호사일 수도, 교회 옆자리에 앉은 젊은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션스 장관이 이날 프로그램 시행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미 국토안보부는 이날부로 DACA 신청을 받지 않는다. 이미 승인을 받은 이들은 기한 만료일까지 자격을 보장받으며, 6개월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3월 5일 이전에는 2년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미 전역에서 DACA 폐기 반대 시위가 열린 가운데 몇몇 수혜자들은 오히려 합법적이고 영구적인 해결책이 나올지 모른다며 기대를 걸었다.

DACA 자체가 한시적 제도여서 추방이 유예돼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DACA 발동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DACA 수혜자인 한인 김모(33)씨 는 이날 발표를 "오바마 프로그램(DACA) 보다 논란이 덜한 해결책 마련을 향한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평했다.

15세에 미국으로 와서 현재 이민자 권익옹호단체 '하나센터'(Hana Center)에서 활동하는 김 씨는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다는데 희망을 건다. 이번 기회를 활용해서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드리머'들이 합법 체류자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를 반기는 이들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드리머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보수성향의 연구기관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문제를 입법기관인 의회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헤리티지 재단 한스 본 스파코브스키 연구원은 "행정부 권력을 정해진 범위 내로 제한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최종 결정은 의회에 달렸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미 곳곳에서 다카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주요 인사와 실리콘밸리 기업가들 등 각계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잔인하고 자멸적인 결정"이라며 장문의 비판 글을 올렸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 "아메리칸 드림을 짓밟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만을 야기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재미 한인단체인 '한미연합회'(KAC)도 이날 홈페이지에 트럼프 대통령의 다카 폐기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게재했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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