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9일만에 초고속 대북결의…디데이 직전 美·中 타협

입력 2017-09-12 07:22   수정 2017-09-12 09:55

핵실험 9일만에 초고속 대북결의…디데이 직전 美·中 타협

휴일 심야 최종안 윤곽…'침묵절차' 줄이고 표결로 직행

美, 초안서 양보하고 속전속결 명분…"이번에도 중국의 벽 못넘어"





(유엔본부=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 2375호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9일 만에 채택됐다. 국제사회의 인내가 한계점에 이른 상황에서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처리된 셈이다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당시에는 5일 만에 결의안이 나왔지만 2차와 3차 핵실험 때에는 각각 18일·23일씩 소요됐다.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때에는 57일이 소요됐고, 같은 해 9월 5차 핵실험에 대해서는 결의안 채택까지 석 달가량이 걸렸다.

'최신 버전'인 제재결의안 2371호도 북한의 첫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급 미사일이 발사된 지 33일 만에 채택됐다.

대북제재 수위를 높일수록 결의안 채택에 많은 시일이 소요됐던 기존 흐름에 비춰보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채택된 것으로 국제사회의 엄중한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美, 속도전 방점…속전속결 초안 공개 = 이번 결의를 주도한 미국은 애초부터 속도전에 방점을 찍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지난 4일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이번 주 결의안 초안을 회람한 뒤 다음 주 월요일(11일) 표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시점까지 못 박으면서 신규 제재결의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틀 뒤인 6일에는 미국이 마련한 결의안 초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전면적인 원유 금수(禁輸)는 물론이거니와 공해 상 북한 선박 강제검색, 김정은·김여정 남매를 포함한 권력핵심 5명의 블랙리스트 포함 등 초강력 제재들을 망라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 방문차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의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대사는 기자들에게 "(11일 표결은) 다소 시기상조"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러자 주유엔 미국대표부는 지난 8일 밤 "미국은 11일 제재결의 표결을 위한 회의소집을 요청할 의사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연 전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압박성 메시지였다.





◇ 中·러, 美초안 대부분 반대…표결 당일 최종안 = 중국의 류 대사가 뉴욕으로 급거 귀국하면서 미·중의 줄다리기가 본격화했지만, 미국이 초강력 제재를 고수하면서 결의안의 운명은 안갯속에 놓이는 듯했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측 전문가들은 지난 8일 회의를 하고 미국 측 초안을 조목조목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섬유·의류 제품 수출금지' 외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 대부분 반대한 셈이다.

미국은 중국·러시아의 거부권(veto) 행사로 결의안이 무산되는 상황까지 불사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물밑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보고서가 공개됐다. 북한의 핵 활동이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고, 화학무기를 시리아와 거래한 정황도 포착됐다는 내용이었다.

전문가패널은 보고서에서 "현행 대북제재 이행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핵심 목표를 성취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부터 한참 뒤처져 있다"며 추가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표결 디데이'를 목전에 앞둔 주말까지도 전망은 불투명했다. 유엔 안팎에서는 만장일치 결의안 채택부터 중국·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또는 기권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디데이 당일 새벽, 상임이사국들의 이견이 조율된 최종 수정안(블루텍스트·blue text)이 안보리 이사국들에 회람됐다. 곧바로 안보리 순회의장을 맞고 있는 주유엔 에티오피아 테케다 알레무 대사는 안보리 회의소집을 공지했다.

통상 최종수정안이 나오면 24시간 이상, 이른바 '침묵 절차'(silent procedure)를 갖고 표결에 들어가는 전례에 비춰보면 막판까지 초고속 진행이었다.

최종수정안의 제재 수위는 미국 측 초안에서는 대폭 후퇴했다.

대북 유류(油類) 제재를 처음으로 반영했지만, 김정은 정권의 숨통과 돈줄을 모두 차단하겠다는 목표 지점에서는 크게 물러섰다.

미국으로서는 공언했던 대로 속도전의 의미를 살렸다면, 중국으로서는 점진적으로 대북제재 수위를 높이자는 입장을 지켜내는 선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결의안 부결로 외교적 파국이 이어지는 상황은 미국과 중국 모두 상당한 부담이라는 측면에서 양측 모두 일정부분 양보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렇지만 애초 초강경 제재를 예고했던 미국으로서는 대북 이슈에서 '중국의 벽'을 다시 한번 절감한 모양새다.

j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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