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전 감독 "최근 아마야구 고민…대학야구 꼭 살려야 한다"

입력 2017-09-16 08:02  

김성근 전 감독 "최근 아마야구 고민…대학야구 꼭 살려야 한다"

"대학 선수 지명 강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

"독립리그 등 '뛸 곳' 활성화하고, 대학 환경도 변해야"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김성근(75) 전 한화 이글스 감독은 최근 가방에 '어린이 야구 교실' 책을 넣고, 틈날 때마다 꺼내 읽는다.

그는 "대학, 고교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과 리틀야구 선수를 가르치는 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나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5월 한화를 떠난 뒤 성균관대, 울산공고에서 무료로 학생 선수들을 가르쳤던 김성근 전 감독은 최근 리틀야구로 영역을 넓혔다.

프로 사령탑 시절 '이기는 방법'의 고민을 가득 담았던 그의 수첩에 이제는 다른 내용을 적는다.

16일 연합뉴스와 만난 김 감독은 '아마야구를 위한 생각'을 빼곡하게 적은 수첩을 꺼내며 "대학야구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학 선수 지명 강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 = 11일 열린 2018 KBO 신인드래프트 2차 지명 회의에서 10개 구단은 총 100명을 선택했다. 이중 대학 선수는 단 18명이다.

1차 지명까지 합하면 110명 중 19명이 대학 선수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964명 중 110명이 프로 지명을 받았으니 취업률은 약 11.4%다. 대학 선수의 취업률은 207명 중 19명으로 9%다.

김성근 전 감독은 "최근 대학리그 경기를 보니, 확실히 경기력이 떨어졌다"면서 "'고교 선수가 더 좋으니, 대학 선수는 외면하자'고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각 구단이 2차 지명에서 10명씩 뽑을 때 3명 정도는 대졸 선수를 뽑아야 한다'라는 규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런 제안이 비난받을 거란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대학야구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이 정도의 인위적인 강제 규정을 둬야 할 정도다. 대학야구를 꼭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 가도 프로에 지명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겨야 하위 라운드에 지명받을 고교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대학리그 질을 높이고, 자신도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 고교 때 지명받지 못했지만, 대학 졸업 후 최고 내야수가 된 정근우 같은 선수가 계속 나와야 하지 않나"라는 게 김 전 감독의 생각이다.

◇ "아마야구 선수 늘어나…'뛸 곳' 필요" = 김 전 감독은 "KBO, 대한야구협회의 노력으로 확실히 아마추어 선수가 늘었다. 반가운 일"이라고 운을 떼면서도 "그런데 그 아마선수들이 갈 곳이 없다. 꼭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뛸 곳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 전 감독의 주장이다.

김 전 감독은 한국 최초의 독립야구팀 고양 원더스의 사령탑이기도 했다.

"3년 동안 화제를 모았던 원더스가 해체된 건, 개인적으로 가장 슬픈 일"이라고 곱씹은 김 전 감독은 "최근 독립리그가 활성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들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KBO가 독립리그에도 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원더스가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건, KBO리그 2군 팀과 경기를 한 덕이다. KBO가 독립리그에도 관여해야 독립리그가 활성화하고, 아마선수들이 뛸 곳이 늘어난다"며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다. 원더스 해체도 KBO 입장에서는 시행착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행착오를 통해 더 발전한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대학야구의 현실'도 화두에 올렸다.

그는 "자체 훈련 공간이 없는 대학도 꽤 있다. 주말에 대학야구 선수들이 훈련할 곳을 찾기 위해 사비를 들이기도 한다"고 지적하며 "대학도 선수들이 충분히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부모도 '모두가 프로행' 생각 버려야" = 아마추어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김성근 전 감독은 "이 선수는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데…"라는 생각도 했다.

아마추어 선수 모두가 프로 지명을 받을 수는 없다. 사실 꽤 많은 선수가 프로 지명이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도 야구를 포기하지 못한다.

김 전 감독은 "아마 때부터 '이원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냉정하게 말해 이번에 드래프트에 나온 선수 964명 중 상당수는 꽤 오래전부터 '프로에서 뛰긴 어려운 실력'으로 분류됐을 것"이라며 "그 선수들에게 이번 지명회의가 막다른 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 전 감독은 "학부모님들은 냉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모든 부모님이 '내 아이가 꼭 프로에 가게 해달라'고 한다. 최근 불거진 야구 지도자의 폭행도 이런 분위기에서 생기는 것"이라며 "학생과 지도자의 목소리가 들어갈 공간이 필요하다. 고교 때부터 '야구에 전념할 선수', '야구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 다른 일을 할 선수'를 구분해 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 화두가 되는 '교육권' 문제도 해당 선수가 원하는 방향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학생 야구 선수들에게도 "더 힘을 내자"고 당부했다.

그는 "당연히 공부에 전념하는 친구들보다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게 더 어렵다. 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더 좋은 선수, 훌륭한 사회인이 된다"며 "나를 포함한 어른들이 방법을 열심히 고민할 테니 우리 어린 선수들도 힘을 내자"고 했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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