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대원 2명이 목숨 걸고 지킨 '석란정'이 창고였다니"

입력 2017-09-18 17:53  

"순직 소방대원 2명이 목숨 걸고 지킨 '석란정'이 창고였다니"

호텔 공사로 기울어진 석란정…"철거 논의 미리 알았더라면"

비지정 문화재 강릉에만 361곳…"석란정 참사 재발 방지 대책 세워야"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이재현 기자 = 순직 소방관 2명이 목숨을 걸고 지킨 비지정 문화재 '석란정'이 십수 년째 관리인의 창고로 쓰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릉경찰서는 화재와 붕괴 참사가 난 석란정은 관리인 A(78)씨가 십수 년 전부터 개인 창고로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18일 밝혔다.

강릉시 강문동 경포 해변 동쪽 송림 인근에 있는 석란정은 1955년 갑인생 모임 계원 21명이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토지 소유권이 이전되고 현재는 그 후손들에 의해 건축물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석란정은 일반 정자와 달리 방과 마루를 갖추고 사방이 막힌 독특한 정자 형태다. 인근의 '창랑정'도 유사한 구조다.

경포호 주변에는 '경포대(鏡浦臺·강원유형문화재 6호)'를 비롯해 10여 개의 누정이 있다.

이 중 경포대, 호해정, 방해정, 금난정 등은 지정문화재이지만 석란정과 창랑정 등 나머지는 비지정 문화재다.

강릉시는 2008년 당시 건축된 지 52년 된 석란정을 '비지정 문화재' 관리 목록에 포함했다.

현재 '예향의 도시' 강릉지역에만 이 같은 비지정 문화재가 361곳에 달한다.

강릉시는 비지정 문화재 관리를 위해 연간 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강릉시 관계자는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물은 시간이 흐르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인정될 수 있어서 비지정 문화재로 관리하고 있다"며 "석란정도 이 같은 이유로 목록에 올렸지만, 별도로 지원된 예산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란정과 같은 비지정 문화재는 대부분 건축물대장이 없는 사실상 무허가 건물이다.

이 때문에 화재와 안전은 매우 취약하다.


실제로 2015년 12월 스카이베이 호텔 공사가 시작되면서 공사 현장에서 불과 7∼8m 옆에 자리한 석란정 외벽에 금이 가 30㎝가량의 틈이 벌어져 철제 파이프로 보강 조치했다.

철제 파이프로 보강된 석란정의 위태로운 모습은 지난 6∼7월 건물 관리인이 촬영한 사진에 그대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호텔 측과 석란정 소유주 등 사이에 건물 이전이 논의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16일 발생한 석란정 화재로 두 차례 출동한 순직 소방관 2명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소방대원들은 비록 비지정 문화재지만 전통 양식의 건축물을 최대한 보존하고자 끝까지 화재 현장에 남아 있다가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무엇보다 목조문화재 화재 시 대응 매뉴얼에는 '문화재 파괴·해체 시 외부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어 출동 소방대원으로서는 목조 건물을 최대한 보존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라는 게 동료 소방관들의 전언이다.

한 시민은 "소방관으로서 책임을 다하려다 사고를 당해 너무나 안타깝다"며 "목숨을 바쳐 화재 진압을 하려 한 순직 소방관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비지정 문화재 화재 대응 매뉴얼 등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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