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 타고 '중의원 해산' 日아베…'전쟁가능국' 동력 얻을까

입력 2017-09-25 19:30  

북풍 타고 '중의원 해산' 日아베…'전쟁가능국' 동력 얻을까

北도발로 지지율 오르자 해산, 사학스캔들 피하기 '꼼수 해산'

개헌·소비세 증세·北도발 쟁점될 듯…자민 과반 승패 기준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자민당 임시 간부회의에서 내각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고 야권의 전열이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의원 해산-총선거'라는 카드를 던졌다.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 속에 인기가 높아지자 중의원 총선거를 통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개헌 세력을 확보하겠다는 노림수다.

다음 달 10일 고시 후 22일 실시될 총선에서는 증세와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등이 쟁점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입장에서는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개헌 세력으로 채우면 압승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향후 정국 운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야권에서는 보수인사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신당(희망의 당)이 아베 정권의 대항마로 기치를 올릴 계획이다. 제1야당 민진당 등 야권은 자민당에 맞서 후보 단일화 등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 국회 해산 왜 지금?…'비판론'

아베 총리가 당초 내년 가을 이후로 예상되던 중의원 해산 카드를 계획보다 빨리 던진 것에는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과 그로 인한 지지율 급상승이라는 상황이 배경에 있다.

한때 26%(7월22일 마이니치신문 조사)까지 떨어졌던 내각 지지율은 최근에는 50%대(니혼게이자이 50%, 산케이신문 50.3%)가 됐다. 이 정도 지지율이라면 다시 총선을 실시해도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여기에 지난 8월 도쿄(東京)도의회 선거에서 압승하며 거센 상승세를 보이던 고이케 지사가 아직 전국정당으로 전열을 정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도 중의원 해산을 부추겼다.

야권의 민진당은 이달 초 새 대표를 뽑고 새 출발을 했지만 정당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국회 해산 카드는 오랫동안 아베 정권을 괴롭혀온 사학 스캔들이 재점화하는 것을 피할 수단이기도 하다. 야권은 가을 임시국회에서 사학 스캔들에 대해 맹공격을 퍼부을 계획이었다.

이런 계산이 깔린 만큼 해산과 관련해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명분 없는 꼼수라는 지적이 많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진당 대표는 "사학 스캔들의 추궁을 피하려는 '자기보신(自己保身) 해산'"이라고 비판했고, 고이케 지사도 "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교도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4.3%가 중의원 해산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 시들해진 개헌, 다시 동력 얻을까

아베 총리의 지상 과제였던 개헌의 동력이 약해진 것도 중의원 해산을 결심한 배경에 있다.

아베 총리는 헌법에 자위대의 지위를 명기하는 개헌을 1차로 실시한 뒤 헌법 9조의 2항(전력보유와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을 손봐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다.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이던 지난 5월 이후 개헌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왔지만, 도쿄도의회 선거 참패 후 사실상 조기개헌 추진을 보류하는 발언을 했다.

현재도 자민당과 공명당은 개헌 발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만,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해산 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 개헌 동력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선거에서 개헌 민심을 확인했다"는 대의를 확보한다면 개헌 논의가 향후 정계에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 공약에 개헌을 명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조문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만을 공약에 넣어 향후 개헌 추진의 동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 '소비세 증세' 선거 쟁점 될 듯…아베 北대응도 이슈

아베 총리는 중의원 해산 방침을 발표하면서 해산의 명분으로 소비세 증세(8→10%) 후 세수 증가분의 사용처 수정과 북한 대응 등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물을 것이라고 했다.

직접 이 두 가지를 쟁점으로 내던진 것은 이들 이슈가 선거에서 자민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2019년으로 예정된 소비세 증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 적자를 매우기 위한 것인데, 그동안 소비세를 계획대로 올리는 데 부정적이었던 아베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긍정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대신 증세로 인해 늘어난 세금의 일부를 정권의 핵심 정책인 '사람만들기 혁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3~5세 보육료 전면 무상화와 어린이보험 등 사람만들기 혁명의 선심성 정책에 증세분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대북 대응 역시 여당에게 유리한 이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유엔 총회나 각국 정상과의 만남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적극적으로 주문해왔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국민에게 북한 문제에 대해 국제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왔고, 보수 언론들도 여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왔다.

NHK가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아베 총리의 대북 대응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 고이케 신당 세력 모으기 분주…제1야당은 탈당 도미노

선거에서 자민당에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고이케 신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확실히 깃발을 들 것'이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고이케 지사는 작년 도쿄도지사 선거를 계기로 자민당과 결별한 뒤 아베 총리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을 받아들일 '그릇' 역할을 해왔다.

기습적인 해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당은 무서운 속도로 세를 불려가고 있다. 아베 내각의 현직 차관급 인사인 후쿠다 미네유키(福田峰之) 내각부 부대신을 영입했고, 민진당의 마쓰바라 진(松原仁) 의원(전 국가공안위원장)도 합류시켰다.

희망의 당에 참가하겠다는 현직 의원은 10명을 넘어섰으며, 당초 '60명 이상' 수준이었던 후보자 수 목표는 3배 가까이 늘었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고이케 지사가 선거에 150~160명의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희망의 당은 안보 면에서 기존 여권과 야권 사이의 중간 지대라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개헌에 긍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내세우며 유권자들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반면 민진당 등 기존 야권은 지지부진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진당은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중의원에 이어 마쓰바라 진 의원이 탈당하며 휘청거리고 있다. 많지 않은 스타 정치인 중 한 명인 야마오 시오리(여·山尾志櫻里·43) 중의원 의원은 이달 초 불륜 의혹으로 탈당했다.

여기에 공산당과의 연대 문제도 당내 반발로 인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민주당 간사장이 이끄는 자유당과 연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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