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우 "기타는 살아가는 방법…아이유 덕에 1위, 희한하죠"

입력 2017-09-26 20:37  

이병우 "기타는 살아가는 방법…아이유 덕에 1위, 희한하죠"

10월 기타 솔로 공연 '우주 기타'…"조동진 형 영향받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벌어질 일이 아닌데 벌어져서, 세상에는 생각지도 않은 일이 일어나네요."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 감독인 이병우(52)는 난생처음 자신이 만든 곡이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아이유가 리메이크해 차트 정상을 휩쓴 '가을 아침'은 이병우가 작사·작곡해 1991년 양희은이 발표한 노래다.

그는 아이유가 올해 4월 발표한 '팔레트' 앨범에서도 '그렇게 사랑은'을 만들어 준 인연이 있다.

최근 서울 중구 정동에서 만난 이병우는 "아이유가 ('팔레트' 앨범 이후) 갑자기 찾아와서 '가을 아침'을 하겠다고 해 굉장히 놀랐다"며 "잊힌 노래를 해줘서 고마웠다. 오케이를 했는데 1위를 해서 다시 놀랐다. 이후 타이틀곡이 나왔는데도 순위가 안 내려가서 희한하더라"고 미소 지었다.

이병우의 기억으론 '가을 아침'은 유학 가기 전, 양희은에게 만들어준 노래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와 미국 피바디음악원에서 기타를 공부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담히 적어 내려간 이 곡은 '심심하면 쳐대는 괘종시계 종소리와',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등의 노랫말이 요즘 정서와 다소 거리감이 있다.

그는 "지금은 음악 장르가 다양화됐고 트렌디해졌는데 오래전에 만든 것이 우연히 신선하게 다가온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요즘엔 안 보이는 괘종시계나 약수터란 가사가 나오니…"라고 다시 웃었다.

또 아이유와 양희은 버전에 대해 "아이유는 20대 감성으로 양희은 선배는 마흔 살의 원숙한 음색으로 노래했다"며 "당시 제가 양희은 선배에게 원래 음색보다 더 음을 낮게 부르라고 권했다"고 기억했다.




28살 차 아이유와도 호흡을 맞추는 이병우는 여러 분야로 보폭이 넓은 뮤지션이다.

1980년대 조동익과 '어떤날'로 활동한 뒤로 10장의 정규 앨범을 냈고, '국제시장'을 비롯해 '왕의 남자', '해운대', '괴물' 등 약 30편의 영화음악을 만들었으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 감독도 맡고 있다.

그러나 그가 30년간 천착한 것은 기타다.

손가락이 지판에서 춤추는 듯한 속주, 기타 줄을 때리며 멜로디와 리듬을 기타 한 대로 구사하는 역동적인 주법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는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일인자로 불린다.

지난해 기타 솔로 앨범 '우주 기타'를 낸 그는 10월 20~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기타 솔로 공연 '우주 기타'를 개최한다. 1년이 지나 다시 '우주 기타'란 제목을 끄집어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앨범을 내고 굉장히 행복했어요. 적극적으로 활동하려 했는데, 별 반응이 없었죠. 사실 제가 앨범을 내서 화제가 된 적이 없어요. 하하. 또 지난해에 여러 일이 있었고 그래서 1년이 지나 다시 활동하는 셈입니다."

그는 늘 수많은 아티스트와 어떻게 남다를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했다. 그런 열의 덕에 클래식부터 어쿠스틱, 일렉트릭 기타를 오가며 팝과 재즈, 블루스, 록, 발라드 등의 장르를 망라하는 연주자로 호평받는다. 2007년 듀얼 기타(앞면에 클래식 기타, 뒷면에 어쿠스틱 기타를 합해 제작한 기타)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비행기 탈 때 '실어주세요'라고 빌어야 해 어떻게 하면 기타 대수를 줄일 수 있을까 하다가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남달라야 한다는 고집의 결과물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듀얼 기타로 클래식부터 어쿠스틱 기타까지 연주하고, 일렉트릭 기타 솔로 연주는 드무니까 넣고, 대중적인 영화음악도 연주할 것이다. 이 구성 안에서 종합선물세트 같은 나만의 오리지낼리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타리스트로 불리는 게 족하다는 그에게 "기타는 살아가는 방법 자체"다.

"기타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어요. 연주 테크닉을 완성하고 곡을 만들 땐 인내심이 필요하죠. 한동안 기타 줄을 다 다른 회사 것을 쓸 정도로 이상한 집착도 있었고요. 또 공연에서 연주할 때면 제 모습을 편집할 수 없으니 책임감도 생기죠. 이번 공연에는 이런 경험이 다 들어가 있을 겁니다."

한때는 주위에서 기타를 치면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해 외로운 적도 있었지만, 그에게 기타가 주는 아름다움은 너무 컸다. 기타는 코드 몇 개만 치고 자유를 얘기해도 나름의 멋이 있었다. 듀얼 기타를 꺼내 직접 연주해 보이며 예찬이 이어졌다.

그는 "기타가 굉장히 재미있다"며 "비논리적이어서 논리적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클래식에서는 다음 음이 갈 길이 있지만, 기타에서는 다음 음이 어디로 갈지 알 수가 없다. 코드 안에서 어우러지고 충돌하면서 음들이 사라진다"고 연주를 곁들였다.




그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준 선배로 지난달 방광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조동진을 꼽았다. 그는 이달 조동진 추모 공연에서 '바람 부는 길'을 연주했다.

"처음 동진 형 집에 놀러 간 게 21살 때였어요. 식구처럼 대해주셨죠. 그날 추모 공연 때 너무 많은 생각이 났어요. 돌아가시기 전 주에 전화로 어떤 곡을 반주할지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전화를 끊으면서 형이 '야, 사는 게 다 그렇지'라며 껄껄 웃으셨죠. 앞에 나서지 않고 다르게 사신 분이었고 저도 은연중에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러면서 조동진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 있었다며 오래전 기억 한 토막을 꺼냈다.

그는 "동진이 형이 자신의 곡으로 연주 앨범을 내려 했는데 내가 건방지게 '형님 이거 내지 마세요'라고 했다"며 "'겨울비', '행복한 사람' 등을 연주곡으로 만드셨는데 그분의 음악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가사와 목소리가 없으니 듣기 힘들었다. '그래?' 그러시고선 시간이 지나갔다. 그날 그 생각이 너무 났다"고 떠올렸다. 공연 관람료 4만4천~8만8천원, ☎ 1544-1555.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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