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리메이크작의 명암…신선도와 재해석력이 판가름

입력 2017-10-01 12:00   수정 2017-10-01 17:25

미드 리메이크작의 명암…신선도와 재해석력이 판가름

'굿와이프' vs. '안투라지'·'크리미널 마인드'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리메이크 작품의 가장 큰 적은 역시 원작이다. 한 번 노출된 소재라 신선도가 떨어지니 '재해석'이 필수인데, 재가공하면서도 원작만큼의 재미를 유지해야 하니 고난도 작업일 수밖에 없다.

미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국내작들도 신선도 유지 여부와 재해석 능력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다. tvN '안투라지'(2016)와 '굿와이프'(2016), 그리고 최근 종영한 '크리미널 마인드' 등 3개 작품의 성패 원인을 분석해본다.






◇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그리고 재밌게"

평균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6%를 넘기며 종영한 '굿와이프'는 '원작과 비슷하게', '그러면서도 다르게', '재밌게'라는 성공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시작부터 좋은 조건이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TV를 틀면 시즌1부터 쉽게 볼 수 있는 '크리미널 마인드'나 높은 화제성에 골수팬도 많은 '안투라지'보다 '굿와이프'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드라마였다. 신선도 유지 부담도 그만큼 줄었다.

그러나 '굿와이프'는 쉬운 길로 가지 않고 섬세한 재해석까지 더했다. 일단 원작에서 7개 시즌에 걸쳐 다뤘던 이야기를 16부로 축약하면서 전개 속도를 높였다.

또 미국판은 법정 드라마의 색을 강조했던 반면 리메이크작은 김혜경(전도연 분)이라는 인물의 성장에 힘을 쏟았고 '가족'이라는 한국적 정서도 가미했다. 남다른 작품 해석력을 갖춘 전도연, 유지태 등이 참여했으니 원작과 리메이크작 사이에서 헤매는 캐릭터도 없었다.






0.8%의 시청률로 tvN의 역사(?)를 쓰며 퇴장한 '안투라지'의 경우 나름 재가공은 했으나 그 스킬이 부족해 신선도도 재미도 놓친 사례다.

원작 '안투라지'의 매력은 '19금'이다. 마약과 섹스 등 수위 높은 소재를 거리낌 없이 다룬 덕분에 마니아를 모았다.

그러나 리메이크작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편성되면서 특색을 잃어버렸다. 국내에서도 화려한 연예계를 제대로 조명해보겠다는 패기는 좋았지만 수위 조절을 심하게 하다 보니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장면만 짜깁기됐다.

쟁쟁한 카메오가 무려 67명이나 나섰지만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 자체가 구심점을 찾지 못하며 반감만 샀다. 원작 속 제대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음담패설에 비해 어설프기만 한 성적 농담들은 불쾌감만 줬다.






4%대 시청률로 출발했다가 3%대로 사라진 '크리미널 마인드'는 신선함도 재해석력도 갖추지 못했던 작품으로 평가된다.

10년 전 원작이 특색으로 내세운 '프로파일링'과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우리나라에서도 은퇴하는 프로파일러들이 나올 정도니 더는 신선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재해석이 필수였지만 '크리미널 마인드'는 국내 현실에 맞는 새로운 에피소드와 캐릭터들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작업에 게을렀다.

극의 큰 줄기인 팀장과 살인마 리퍼의 대결구도는 그대로 가져가더라도 세부 에피소드들은 더 공을 들여야 했다. 새로운 캐릭터도 백산(김영철 분)과 김현준(이준기) 정도에 그쳤다.






◇ 판권 사기도 힘든데 각종 제약까지…현실적인 어려움

현실적으로 성공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는 리메이크 작업이 그래도 계속되는 데에는 '욕심'이 작용한다. 일차적으로 흥행이 확인된 이야깃거리니 끌릴 수밖에 없고, 이후에는 그것을 더 재밌게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리메이크는 제작자의 능력 외에도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작업이다.

일단 인기 미국 드라마의 판권을 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경우에도 원작이 무려 2005년부터 방송됐지만 미국 CBS가 리메이크를 허가한 것은 tvN판이 처음이다.

'크리미널 마인드' 관계자는 1일 "판권을 비싼 가격에 어렵게 사더라도 '원작을 지나치게 변형해서는 안 된다' 같은 제약도 따르니 재해석 여지가 좁은 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작이 화려하고 완성도가 높을수록 막대한 제작비가 동반되는 것도 국내에서는 발목을 잡는다.

미국 드라마는 한 편당 제작비가 1천만달러(한화 약 110억원) 이상인 사례도 있을 정도로 자본의 화력이 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크리미널 마인드'가 '전체' 제작비로 약 100억원을 들였다는 데만도 놀라는 환경이다.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원작을 고르는 눈과, 부족한 자본력도 뛰어넘을 수 있는 재해석 능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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