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로리다 '주(州) 상징' 오렌지산업 사양길…질병·태풍 탓

입력 2017-10-04 08:00  

美 플로리다 '주(州) 상징' 오렌지산업 사양길…질병·태풍 탓

업계, 유전자변형 오렌지 개발…복숭아·블루베리로 전환하기도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오렌지 하면 떠오르는 곳인 미국 플로리다 주(州)에서 오렌지 나무가 사라지고 있다.

1977년 전성기에는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 공장이 53개에 달했지만, 나무 질병과 허리케인, 소비자 기호 변화, 국제 경쟁 등 영향으로 하나둘씩 사라지면서 최근에는 7개만 남았다.

감귤녹화병(citrus greening disease)이란 질병이 플로리다 오렌지 주스 산업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다. 잎에서 시작되는 감귤녹화병은 나무의 영양분과 수분 흐름을 막아 오렌지가 익지 않은 채 떨어지게 한다.

올해 오렌지 수확량은 1940년대 이후 최저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오렌지와 레몬 등 감귤류 분야 매출과 일자리는 지난 3년간 각각 약 3분의 1 감소했다.

수확량의 95%가 주스 생산에 쓰이는 플로리다 오렌지의 생산 감소로 미국 내 오렌지 주스의 가격은 감귤녹화병 발생 전인 2004년 이후 50% 이상 상승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허리케인 어마가 플로리다를 덮치면서 주 전체 오렌지의 절반이 나무에서 떨어졌다.

어마 여파로 질병을 피하기 위한 양묘장의 지붕이 날아갔고 감귤녹화병 저항 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실 전력이 끊겨 수년간의 연구도 위태로워졌다.

농무부는 2009년부터 4억여 달러(약 4천586억 원)를 투자해 감귤녹화병 저항 식물과 농약 등을 개발해왔다.

플로리다대학 마이클 로저스 식품농업과학연구소 감귤류 조사·교육센터 소장은 "허리케인 하나가 모든 것을 앗아갔다"며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많은 감귤류 재배업자들이 감귤류 대신 복숭아와 블루베리, 파인애플, 홉 등으로 재배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플로리다에서 버려진 감귤류 재배지는 13만 에이커(약 5억2천609만㎡)에 달한다.

대형 오렌지주스 제조업체인 서던 가든스 시트러스(Southern Gardens Citrus) 등 플로리다 오렌지 업체들은 감귤녹화병에 저항력 있는 유전자 조작 오렌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서던 가든스가 이용하는 기술은 텍사스 A&M 대학교가 개발한 것으로, 시금치의 면역 체계 일부인 유전자를 오렌지의 유전적 구조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서던 가든스 시트러스의 팀 에이리치 연구·상업화 부대표는 "우리는 1만2천 에이커의 대형 오렌지 주스 공장에 앉아있는 과학자 무리"라며 "이것이 실패하면 모든 오렌지 주스가 브라질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과 미국 간 오렌지 생산 격차는 2003년께부터 2배로 확대됐다.

오렌지 주스 생산에 브라질산 농축 오렌지 주스 이용이 늘어나면서 한때 100% 플로리다 주스임을 홍보하던 주스 라벨은 100% 주스로 변경됐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오렌지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식품업체들이 소비자들의 거부를 이유로 유전자 조작 주스를 구입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

미국인이 2005년보다 오렌지 주스를 48% 적게 마시는 등 소비자 기호가 변한 점도 플로리다 오렌지 업계에 위협 요인이다.

오렌지 재배업자 데이비드 크루스는 "신은 한 종류의 오렌지만 창조했다"며 "우리에게 마술 나무는 없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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