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이달부터 부르카를 비롯한 얼굴을 가리는 모든 복장을 금지한 오스트리아에서 홍보 행사를 위해 동물 복장을 한 남성까지 법규 위반으로 제재를 당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지난 1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비롯한 모든 얼굴을 가리는 복장을 금지하는 법률을 시행했다.
법률은 무슬림에 대한 차별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부르카만을 금지하지 않았고, '부르카 금지법'으로 공식 명명되지도 않았다.
대신 부르카를 포함해 아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착용하는 머플러 형태의 햇빛 차단 가리개, 마스크 등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의상, 장비를 금지했다.
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린 복장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면 1차로 부르카, 마스크 등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게 되며 이를 거부하면 150유로(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하지만 단속 대상에 대한 모호한 규정 탓에 당국이 의도하지 않은 황당한 사례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오스트리아 경찰은 지난 6일 빈에서 판촉행사를 위해 상어 복장을 한 남성에게 상어 탈이 얼굴을 가렸다며 150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소식은 남성의 소속 회사인 PR 에이전시가 공론화하면서 알려졌다.
야코프 카트너 PR 에이전시 대표는 "해당 직원은 테러리스트가 아닌 박제 동물처럼 차려입었다"고 반박하면서 복장이 법에 저촉된 만큼 과태료를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 측은 이 남성에 대한 처분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이 법은 직업 때문에 얼굴을 가려야 하는 사람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고 "경찰들이 이 법을 좀 더 세심해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과속 딱지를 떼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이 사이클리스트들이 추위를 막기 위해 쓰는 보호 마스크까지 벗으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스트리아 당국은 법이 이달 말 핼러윈을 기념하는 복장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이런 황당한 사례가 속속 포착되면서 무슬림 사회에 국한됐던 법에 대한 반감이 전 사회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트너 대표는 "이런 불합리한 사례들이 이 법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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