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총선, 어지러운 정계 재편에 인쇄업계도 갈팡질팡

입력 2017-10-10 11:54  

일 총선, 어지러운 정계 재편에 인쇄업계도 갈팡질팡

포스터·어깨띠 주문변경 잇따르고 전단 제작했다 폐기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중의원 해산에 따른 일본 총선이 10일 고시됐다. 선거는 오는 22일 실시된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25일 중의원 해산 의사를 밝힌 이래 지난 2주 동안 일본 정계에서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이끄는 "희망의 당"이 새로 결성되고 제1야당이던 민진당이 분열하는 등 급격한 야당 재편이 이뤄졌다. 어지러운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에 따른 선거구도 변화로 유권자들도 선택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누구보다 어려움을 겪는 곳이 인쇄업계다.




오사카(大阪)시에 있는 기획제작·인쇄업체인 '스튜디오 구도덴'이 지난 2주 동안 겪은 혼란은 '국회 해산 이유가 분명치 않은 총선'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번 선거의 혼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영업과 제작 담당 직원 6명이 일하는 스튜디오 구도덴은 선거철이면 포스터와 어깨띠 디자인 등을 하청받아 제작한다. 제1야당인 민진당 오사카부(府) 연합회는 이 회사의 단골 거래처 중 하나다. 오사카 선거구에서는 13명이 민진당 소속으로 입후보할 예정이었다.

이 회사는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 의사를 밝힌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민진당 입후보 예정자 1명으로부터 '민진당' 로고와 후보자의 이름이 들어간 어깨띠 제작주문을 받았다. 영업담당자가 중의원 해산을 예상하고 사전에 캠프 측에 접촉해 수주에 성공했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진당 대표와 입후보 예정자가 나란히 서 있는 '포스터'도 준비해 28일 납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납품 전날인 27일 마에하라 민진당 대표가 '희망의 당'에 합류를 제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민진당 출마 예정자로부터 급히 연락이 왔다. 이름만 들어간 어깨띠를 제작해 달라는 것이었다.

28일 중의원 해산이 선포되자 민진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희망의 당에 사실상 합류하기로 했다. 이 시점에서 민진당 로고와 이름이 들어간 어깨띠와 포스터는 모두 쓸모가 없게 됐다.

이어 30일에는 희망의 당 대표인 고이케 도쿄도 지사와 일본유신회의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오사카부 지사가 만나 도쿄와 오사카에서 후보자를 나눠 오사카에서는 희망의 당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합의했다. 오사카에서 민진당으로 출마하려던 후보자 13명은 졸지에 희망의 당에 합류할 수 없게 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든가, 아니면 출마를 포기해야 하는 선택에 몰리게 된 것. 인쇄업체도 정계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선거준비를 일단 중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10월 1일이 되자 무소속 출마를 결심한 다른 후보자로부터 엽서 위에 붙일 선거구호가 적힌 실(seal)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공직선거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선거운동용 '추천 엽서' 3만5천 장을 준비했던 후보가 엽서에 인쇄된 '민진당 공천'이라는 문구를 가릴 실을 주문한 것이었다.

다음날엔 민진당 대표대행인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가 "입헌민주당" 결성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입헌민주당 공천'으로 바꿔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10월 5일에는 오사카에서 입헌민주당에 합류할 민진당 출신 7명이 오사카시에서 첫 가두연설을 했다. 스튜디오 구도덴에는 하루 전날 급하게 연설에 맞춰 "24시간 이내에 연단 뒤에 세울 패널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들어왔다. 밤새 제작한 패널을 영업담당자가 연설현장에 직접 배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6일에는 이 회사에 인쇄물을 발주한 후보자 3명이 입헌민주당 공천 후보로 결정됐다. 다음날인 7일에는 사흘 후인 선거 고시일에 맞춰 게시판에 붙일 얼굴 사진이 들어간 포스터를 서둘러 제작했다.

출마 예정자들은 대개 정당 기관지의 호외로 정책을 소개하는 전단을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수십만 장을 인쇄하기 위해 제휴 인쇄공장의 윤전기를 미리 잡아 놓고 종이까지 준비했지만, 출마 정당이 정해지지 않아 전단을 선거 고시일까지 발행하지 못한 사람이 속출했다. 한 출마 예정자는 민진당 이름으로 호외 15만 장을 인쇄했지만, 곧장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했다.

쓸모 없게 된 포스터 제작 비용 등은 출마 예정자가 부담해야 한다. 스튜디오 구도덴에 따르면 어떤 사람은 80만 엔(약 800만 원) 정도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책논쟁은 간데없이 정계 거물들에게 휘둘린 2주 동안의 혼란스런 모습이다. 오카모토 나오토 스튜디오 구도덴 사장은 "이번 만큼 혼란스런 선거는 처음"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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