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변화보다 대세론 택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입력 2017-10-12 16:57   수정 2017-10-12 18:18

'이변은 없었다'…변화보다 대세론 택한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설정 스님, 청정승가 회복 등 해결과제 산적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대세론이 뒤집히는 이변은 없었다.

12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선거 결과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지원을 등에 업은 설정 스님(75)의 '굳히기'에 수불 스님(64)의 추격전은 힘을 쓰지 못했다.

애초부터 '친(親) 자승' 색채가 강한 선거인단의 지지에 힘입어 설정 스님이 확실한 우세를 점할 것으로 예상됐고, 실제 득표율도 73.4%에 달했다.

수불 스님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도전장을 던졌지만, 큰 표차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번 선거에서 설정 스님(234표)은 수불 스님(82표)보다 3배 가까이 표를 거뒀는데, 이는 2013년 선거 때 자승 스님(179표)이 보선 스님(129표)의 1.4배가량 득표한 것보다 더욱 압도적인 수치다.






간선제로 치르는 총무원장 선거에는 중앙종회 의원 81명, 24개 교구본사에서 선출된 240명이 투표권을 가진다. 모집단이 작다 보니 인사권과 재정권을 쥔 지도부의 뜻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총무원장 선거가 여의도 정치판 못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한다.

조계종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지난해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열어 직선제 등 대안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지난 3월 중앙종회는 직선제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고, 공은 차기 지도부로 넘어갔다.






선거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당장 선거 당일인 이날도 조계사 앞에는 '자승 세습 총무원장 절대 반대', '직선제를 실현하라' 등 피켓을 든 일행이 시위를 벌였고, 경찰 수십 명이 주변을 둘러싸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혹시 물리적 충돌이 있을 경우 폭력사태를 막아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문제는 선거 과정 내내 비방과 폭로전이 난무하면서 후보들뿐 아니라 불교계 자체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는 점이다.

설정 스님 측은 수불 스님에게 금품살포 정황이 있다며 물고 늘어졌고, 수불 스님 측은 설정 스님에게 숨겨둔 자녀가 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설정 스님 측은 은처자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수불 스님은 공식선거운동 기간 마지막 날 전국의 선거인단에 설정 스님을 비판하는 홍보문자를 발송한 혐의로 중앙선관위에 고발되는가 하면,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설정 스님을 서울대 학력위조 논란과 관련해 사기죄 및 경범죄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또한, 시민단체들은 지난 7월 27일부터 매주 목요일 촛불집회를 열며 자승 체제 퇴진과 종단 쇄신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종단에서 제적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이 집회에 합류,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결국 설정 스님의 어깨에는 안팎의 신뢰 회복과 중단 내 갈등 해소라는 큰 짐이 지워졌다.

우선 자승 스님의 대리인이라는 세간의 눈초리를 떨쳐내고 종단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금권선거, 은처자 의혹 등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논란을 제도적으로 방지해야할 책임도 있다.

또한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종단 내 갈등 해소, 불자 인구 300만명이 감소하는 등 위축된 교세 회복, 태고종과 진행 중인 전남 순천 선암사 소유권 분쟁 해결 등도 설정 스님의 과제로 꼽히고 있다.

이에 대해 설정 스님은 이날 당선인 기자회견에서 중도 및 스님들과 함께 논의해 종단을 둘러싼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우리 승려들이 진실하고 청정하다면 사부대중이 신뢰하고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교단이 안팎으로 매우 위중한 시기"라며 "달리는 말은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마부정제(馬不停蹄)의 뜻을 거울삼아 종단 발전에 쉼 없이 진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정 스님은 자신을 둘러썬 의혹에 대해서도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깔끔하게 소명하겠다"고 약속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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