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야외공연장 "음향 최고"는 글쎄

입력 2017-10-17 16:02   수정 2017-10-17 16:43

그리스 야외공연장 "음향 최고"는 글쎄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그리스 야외공연장 그 어느 자리에 앉아도 핀 떨어지는 소리 등 극히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관광가이드의 자랑은 더 이상 믿을 게 못되는 것인가.

음향 전문가들은 그리스 남부 고대 소도시 에피다우루스에 있는 공연장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공연장의 음향 상태가 놀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전했다.

공연장은 고대 그리스의 음향공학의 진수로 여겨져 왔다.

기원전 4세기 건립된 공연장은 1만4천 명의 관객들이 한꺼번에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공연장의 음향 수준은 요즘 음향 전문가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왔다.

공연장 그 어느 자리에서도 핀이 떨어지거나 성냥불 긋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영국의 고고학자 모티머 휠러 경은 1958년 한 방송에서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방백(傍白) 소리를 값싼 티켓을 사 가장 먼 자리에 앉아 있는 관객들조차 들을 수 있다"고 극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그리스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실험에 참여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기술대 콘스탄트 하크 조교수는 수년 전 에피다우루스의 공연장을 찾아 음향 상태를 접했다.

하크와 동료들은 로마 시대 건립된 헤로데스 아티쿠스의 음악당(Odeon of Herodes Atticus)과 아르고스 공연장을 대상으로 음향실험에 나섰다.

이들은 에피다우루스 공연장 주변 12곳에 20개의 마이크와 2개의 스피커를 설치했다.

스피커 하나는 무대 중앙에 놓아뒀고 다른 하나는 옆에 뒀다.

두 스피커의 소리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나도록 한 것이었다.

높은 주파수에서 낮은 주파수까지 소리를 내도록 했고 무려 2천400번 가까이 녹음했다.

실험팀은 공연장 곳곳에서 채집한 소리의 세기를 측정했다.

이어 동전을 떨어뜨린 소리, 종이 찢기 소리, 휘파람 소리를 채집했다.

무대 중앙에서 나는 소리가 어디까지 도달되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결과 동전 소리나 종이 찢기 소리는 공연장 전체적으로 들렸으나 그 소리는 좌석 중간까지만 겨우 명확하게 청취됐을 뿐이다.

성냥 긋는 소리는 이보다 못했으며 휘파람 소리는 앞좌석에서만 무슨 소리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연기자가 목청 높여 소리를 질러야만 무대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좌석에 앉은 관객들이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것.

영국 석기시대 유적 스톤헨지의 음향상태를 측정한 경험이 있는 영국 솔포드대 음향연구센터 브루노 파젠다 박사는 "이번 실험이 마침내 그리스 신화를 부숴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에피다우루스를 방문했을 때 경험한 것과 이번 실험결과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옥스퍼드대 고전학자 아만드 당구르 조교수는 "이번 실험으로 공연장의 음향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게 됐지만 구태여 과거까지 들출 필요는 없다"며 "공연장은 지난 세월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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