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니, 여자배구 첫 영구결번으로 은퇴…"기회 주셔서 영광"

입력 2017-10-18 18:13  

김사니, 여자배구 첫 영구결번으로 은퇴…"기회 주셔서 영광"

IBK기업은행, 김사니 9번 플래카드 내걸어

"빈틈없이 해설 준비…재능기부 활동 계획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은퇴하고 나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후련했다. 오늘은 덜 울어서 다행인데, 사실 어제 차에서 펑펑 울었다."

한국 여자배구를 대표했던 명 세터 김사니(36)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자신을 "행복했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어 초라하게 코트를 떠나는 선수가 적지 않다. 그러나 김사니는 코트에서 정열을 쏟아부은 뒤 지난 시즌 종료 직후 정상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코트에 미련이 없어 누구보다 후련하게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한 김사니지만, 18일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은퇴식을 치르고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사니의 눈시울은 IBK기업은행 구단에서 준비한 영상을 보면서 조금씩 촉촉해졌고, 어머니 지연우 여사가 등장하자 봇물 터지듯 눈물이 흘렀다.

지난 시즌 IBK기업은행을 정상에 올려놓은 뒤 은퇴를 결심했던 김사니는 "어제 울지 말아야겠다고 마인드컨트롤을 많이 했다. 운전하며 많이 연락을 받았는데 행사를 앞두고 그런지 마음이 안 좋았다. 이제는 정말 떠난다는 게 실감 났다"고 말했다.

은퇴식 하이라이트는 영구결번 행사였다.




IBK기업은행은 단기간에 팀을 명문구단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사니의 등번호 9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화성 실내체육관을 찾는 관중들은 언제든 '김사니 9번'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여자부 영구결번은 김사니가 최초이며, 남자부까지 포함하면 OK저축은행 로버트랜디 시몬(30·쿠바)의 13번 이후 두 번째다.

김사니는 "난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기회를 주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며 "영구결번은 은퇴 후 발리 단체여행 때 이정철 감독님께서 모두 있는 자리에서 말씀하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이정철(57) 감독은 김사니의 배구 인생을 바꿔놓은 지도자다.

2014-2015시즌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으며 둘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 감독을 바라보는 김사니의 감정은 복잡하다.

김사니는 "정말 '단물'이 다 빠진 것 같다. 감독님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훈련을 너무 많이 시켜서) 감독님을 미워할 때가 있었고, 지금은 너무 감사하다. 배구뿐 아니라 인생을 가르쳐주신 분이다. 다른 감독님은 고참 선수를 잘 지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정철 감독님은 하나하나 다 짚었다"며 말했다.




시간이 흐르며 미워하는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고, 코트를 떠나는 지금은 감사하는 마음만 남았다.

그래서 김사니는 은퇴식에서 이 감독을 꼭 껴안았다. 이 감독 역시 김사니의 등을 다독이며 뜨겁게 작별했다.

김사니는 배구 인생 2막을 해설위원으로 시작했다.

"배구 할 때 승리욕이 많았다. 해설도 빈틈없이 열심히 해서 다른 분들과는 다르다는 느낌 받게끔 하겠다"고 약속한 김사니는 "이번 봄까지만 해설에 매진할 것이다. 이후에는 재능기부를 생각하고 있다"고 살짝 공개했다.

이어 그는 "유소년 가르치는 걸 준비하고 있다"며 "지금은 아니지만, 지도자로 올 수도 있다. 계속해서 배구계에 몸담고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b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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