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횡령 등의 혐의로 수배 중인 멕시코 북부 치와와 주의 전 주지사가 영세 축산농가를 지원하려고 공적 자금으로 사들인 소를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라 호르나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부패와 면책에 반대하는 멕시코인들'이라는 시민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세사르 두아르테(54) 전 치와와 주지사가 영세 축산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해 수입한 소들을 빼돌렸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두아르테 전 주지사가 지난 2015년 6월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소 1천408마리 중 903마리를 자신의 농장으로 빼돌렸다고 공개했다.
두아르테 전 주지사의 측근 정치인들에게도 수백 마리가 건네졌고 고작 150마리만 축산농가에 전달됐다.
소들은 2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영세 축산농가들이 방목해 키우던 소 개체 수가 줄어들자 증식 목적으로 수입됐지만 결국 탐욕스런 전 주지사의 배만 불렸다는 것이다.
'부패와 면책에 반대하는 멕시코인들'은 영세 축산농가들이 정부 보조금에 더해 소를 사려고 대출을 받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전달받지 못한 소의 비용을 되갚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두아르테 전 주지사는 올해 3월 7천900만 페소(약 48억 원)를 횡령한 혐의로 수배되자 행방을 감췄으며, 현재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배 이후 그는 미 텍사스, 뉴멕시코, 플로리다 등지에서 목격됐다.
집권여당인 제도혁명당(PRI) 소속인 그는 2010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치와와 주지사를 역임했다.
두아르테는 주지사로 재임하던 당시 주말마다 관용 헬리콥터를 띄워 지인들과 가족들을 자신의 농장으로 태우고 가는 등 호화로운 생활로 종종 세간의 구설에 올랐다.
PRI 소속 전 주지사들의 부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아르테 전 주지사의 뒤를 이은 중도 보수 국민행동당(PAN)의 하비에르 코랄 주지사는 두아르테 전 주지사를 반드시 붙잡아 법의 심판대에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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