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하라 가즈오 "다큐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리는 것"

입력 2017-10-19 10:15   수정 2017-10-19 10:19

[부산영화제] 하라 가즈오 "다큐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그리는 것"

일본 다큐 거장, 신작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 들고 내한




(부산=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일본 다큐멘터리를 대표하는 하라 가즈오 감독은 "이 세상에는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 때문에 괴로워하는 민중,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며 "나는 다큐를 통해 그 두 부류의 희로애락을 그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신작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을 18~19일 선보인 그는 영화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GV)를 갖고 "인간의 감정, 희로애락을 그리는 것이 다큐멘터리"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권력을 영상으로 찍는 것은 어렵다. 권력자들이 카메라 앞에서는 권력 행사하는 것을 숨기려고 하기 때문"이라며 "죽기 전에 권력을 가진 자들의 생각을 꼭 카메라에 담는 것이 나의 목표"라며 웃었다.

하라 가즈오는 다카미네 스요시, 오가와 신스케 등과 함께 일본 다큐멘터리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자신 전처의 삶을 담은 '극사적 에로스'(1974)로 주목받기 시작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뉴기니에 고립됐다가 살아 돌아온 한 참전 군인의 행적을 좇는 '가자가자 신군'(1987)으로 명성을 높였다.

'가자가자 신군'은 "다큐멘터리란 단순히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찍히는 쪽과 찍는 쪽이 어떤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여기는 하라 가즈오의 관점이 여실히 드러난 그의 대표작이다. 주인공의 기이한 행동과 이를 집요하게 쫓는 카메라의 팽팽한 대결 속에 긴장감이 흘러넘친다.

이번에 선보인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은 일본 센난 지역의 석면 피해 노동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진행한 배상소송을 10년간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러닝타임이 3시간 40분에 달한다.

그는 "피해자와 변호인단, 시민 등 3자가 하나가 되어 운동하는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며 "특히 변호인들이 피해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자세가 절실함을 볼 수 없는 요즘 일본 사회에서 기적 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카메라의 움직임은 그의 전작들과 사뭇 다르다. 그가 말하듯 다큐에서 카메라는 때로는 찍히길 거부하는 대상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폭력성'을 지니고 있지만,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의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담담하게 응시할 뿐이다.

그는 "지금까지 나의 다큐의 주인공들은 상식과 상관없는 사람들이어서 카메라가 선을 넘어서도 괜찮았지만, 이번에는 상식적인 착한 시민들이어서 그들이 찍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사적인 부분까지 담을 수는 없었다"며 "이들이 병 때문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괴로워하고 갈등하는 모습도 이런 이유 때문에 담지 못했던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과 함께 일본에서 전후 가장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미나마타병에 대한 다큐도 12년째 찍고 있다.

그는 "미나마타병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지 60년이 지났지만 이를 둘러싸고 아직도 싸움이 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소송에서 이기지 못한 사람과 이긴 사람들 간 갈등도 빚어지는 복잡한 구도의 문제"라며 다음 목표는 12년째 계속 진행 중인 미나마타병에 대한 다큐를 완성해 선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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