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타고 남미로] ⑩ 볼리비아 최초 자동차 교재 발간한 이경호 씨

입력 2017-10-24 08:30  

[ODA 타고 남미로] ⑩ 볼리비아 최초 자동차 교재 발간한 이경호 씨

35년 교직 마감후 봉사의 길…현지 직업대학에 한국산 자동차 정비기기 도입

"KOICA 해외봉사단, 국익·일자리에 모두 기여…다음엔 전문가로 나오고 싶다"




(라파스<볼리비아>=연합뉴스) 정규득 기자 =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이경호(62·공학박사) 씨는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 있는 아야구초기능대학(3년제)의 교수와 학생들에게 자동차에 관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

KOICA 시니어 봉사단원으로 2015년 10월 볼리비아 땅을 밟은 그는 한국의 폴리텍대학과 같은 기능을 하는 이곳에서 자동차 기관과 섀시, 전기전자에 관한 3종의 교재를 냈다. 볼리비아에서 발간된 최초의 자동차 교재로 분량은 권당 250쪽 정도다. 학생들에게 직업교육을 하는 이 학교에는 기계와 자동차, 정보, 전자기계, 건축, 전자 등 6개의 학과가 개설돼 있다.

이 씨는 2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기서는 그동안 외국의 자동차 매뉴얼을 카피해서 사용했는데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통합적인 내용을 한꺼번에 기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교재를 만들게 됐다"며 "한국에서 책을 만든 경험이 있어 현지인 교수들이 내용을 기술하고 부족한 것은 제가 보충하는 방식으로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동차 정비에 관한 기본 원리와 구조 등 학생들이 처음 교육을 받을 때 꼭 필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교수들은 이 교재를 토대로 자동차 정비와 검사, 진단 등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기계과를 전공한 이 씨는 부산자동차고등학교와 부산동의과학대학, 한국해양대학 등에서 35년간(기계과 17년, 자동차과 18년) 교편을 잡았다. 정년퇴직을 2년 앞둔 2015년 8월 31일 명예퇴직을 한 그는 바로 다음 날인 9월 1일부터 KOICA 해외봉사단 교육을 받고 10월 22일 볼리비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남미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라고 들었고, 또 한국에서 너무 멀어서 호기심이 발동했지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먼 곳을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남미는 잘 모르는 나라고 또 쉽게 올 수 없는 곳이잖아요."

그는 이곳에서 교수 세미나 개최와 대학에 필요한 교육환경 조성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교육 내용의 질적인 향상과 학교 운영에 관한 조언, 자동차 분야 신기술의 소개 등도 이 씨의 역할이다. 그가 주도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지난주 볼리비아의 모든 기능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경연대회에서 교육부 장관상 동상을 받았다.

이 씨는 이 학교에 국내 중소기업의 자동차 정비 기기를 들여놨다. ㈜헤스본의 휠 얼라인먼트와 GIT의 자동차엔진 진단기인 GSCANⅡ 등이다. 헤스본이 휠 얼라인먼트를 볼리비아에 판매한 것은 이 씨를 통한 것이 처음이다. 이 씨는 이런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자신의 봉사단 활동이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단언했다.

"국익은 다양한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이 직접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얻는다면, 나는 이곳에서 늘 한국 기술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요. 한국 기술이 교수들에게 전달되면 그만큼 파급효과가 큽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에 도움이 되겠지요. 내가 한국인이 아니라면 누가 이 학교에 한국 제품을 들여놓겠습니까."






그는 명예퇴직하기 3∼4년 전부터 해외봉사를 생각했다고 한다. 60세라는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아 봉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봉사 기회를 찾던 그는 퇴직을 몇 달 앞두고 KOICA에 신청했고 그래서 퇴직한 다음 날부터 곧바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이 정확하게 볼리비아로 건너온 지 2년째 되는 날입니다. 동기 단원들은 오늘 한국으로 출발했지만 나는 학기 말까지 마무리하고 싶고 또 12월 중순의 졸업식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에 기간을 연장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심어주는 교육을 중시하다 보니 이곳저곳에서 강의해달라는 요청도 많이 들어옵니다."

그는 KOICA 해외봉사단 제도가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본인이 교사로 정년을 채웠다면 변변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살았을 텐데, 외국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한 덕분에 앞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고 했다.

"언어 문제로 해외봉사를 주저하는 분들이 많은데 직접 도전해 보니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중요할 뿐 외국어는 별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현지인과 잘 지내면서 한국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이 씨는 "개인적으로 KOICA 해외봉사단 제도 덕분에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열었다. 저 자신을 냉정하게 볼 때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유익하다고 생각된다"며 "다음에는 전문가(자문관)로 나오고 싶지만 여의치 않다면 봉사단원이어도 아무 상관 없다"고 말했다.

wolf8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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