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정부, "특별 법적 지위 달라" 베네토주 요구는 일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에 30%를 기여하는 부유한 북부 2개주가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며 실시한 주민투표가 압도적으로 가결된 가운데,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정부는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두 지역과 협상을 할 채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젠틸로니 총리는 24일(현지시간) 베네치아 인근 마르게라의 정유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롬바르디아 주, 베네토 주의)자치권 확대 주민투표가 촉발한 논의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며 "정부는 두 지역이 진행하고자 하는 바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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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틸로니 총리가 지난 22일 반(反)난민, 반 유럽연합(EU) 성향의 정당 북부동맹 소속 주지사가 이끄는 롬바르디아와 베네토의 자치권 확대 주민투표가 가결된 이후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젠틸로니 총리는 "롬바르디아 주와 베네토 주가 중앙 정부로부터 더 큰 권한을 얻는다면 특정한 공공 서비스의 효율성 제고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이번 주민투표의 장점에 대해 들여다 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그러나 "이와 관련한 논의는 5분 안에 끝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논의는 이탈리아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도록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돼야 하며 이탈리아의 통일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돼서는 안된다"며 "이탈리아의 법률과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치권 확대)협상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탈리아 전체 인구의 25%가 모여 살고 있는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 주는 이번 주민투표 통과에 따라 세수 통제권 확대를 비롯해 난민정책, 치안, 환경, 교육, 보건, 사회간접 시설 등 총 23개 정책 영역에서 지역의 권한을 늘려달라고 지방 정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투표는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의 지역에서 거둔 세금 대부분을 중앙 정부로 분담하지 않고, 지역에서 쓰겠다는 요구와 난민, 치안 정책에 대한 권한 확대 요구 등은 다루기 미묘한 영역이라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부유한 두 지역이 중앙으로 부담하는 세수가 줄어들 경우 별다른 산업 기반이 없는 낙후된 남부 지역에 투입할 재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중앙 정부로서는 세수 통제권 강화 요구는 수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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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탈리아 정부는 주민투표가 압도적으로 통과된 뒤 베네토 주에 특별 법적 지위를 부여해달라고 밝힌 루카 자이아 베네토 주지사의 요구도 일축했다.
잔클라우디오 브레사 지방자치부 차관은 "자이아 주지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는 이탈리아의 통일성과 불가분성에 위배될 뿐 아니라 헌법재판소가 이미 위헌 판정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이아 주지사는 주민투표 이후 베네토 주에서 걷히는 세금 90%를 베네토 주를 위해 쓸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하는 한편, 이탈리아에 존재하는 기존 5개 특별 자치주(시칠리아, 사르데냐, 트렌토-알토 아디제, 발다오스타,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처럼 특별 법적 지위를 부여해달라고 주장하는 등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요구는 헌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 현실화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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