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와 노련함의 격돌…유럽 최대 관심인물 푸지데몬과 라호이

입력 2017-10-26 05:00  

패기와 노련함의 격돌…유럽 최대 관심인물 푸지데몬과 라호이

푸지데몬, 정치경력 일천…혜성처럼 수반 자리 꿰차고 카탈루냐 운명 손에 쥐어

라호이, 인내력·고도의 정치셈법 유명한 베테랑 정치인…'완전굴복' 압박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유럽 최대이슈이자 스페인 민주화 이후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떠오른 스페인-카탈루냐 갈등의 정점에는 카를레스 푸지데몬(54·카탈루냐 수반)과 마리아노 라호이(62·스페인 총리)라는 상이한 캐릭터의 두 인물이 있다.

가난한 빵집 아들에서 카탈루냐 독립운동의 대표 얼굴이 된 푸지데몬이 일종의 '어부지리' 격으로 카탈루냐 수반에 오른 뒤 패기 하나로 카탈루냐를 이끌고 있다면, 라호이는 여러 차례 정치적 위기를 딛고 재기에 성공하는 등 끈질긴 생명력과 노련한 정치셈으로 유명한 베테랑 정객이다.

이 둘은 지난 8월 바르셀로나에서 연쇄 차량 테러가 일어났을 때 테러 대책을 논의하며 얼굴을 마주했고 추모식에서는 손도 함께 잡았지만, 불과 두 달 만에 '불구대천'의 라이벌이 되어버렸다.



◇정치적 타협으로 선택된 '신참' 리더…독립파 대표해 '최후의 일전' 이끌어

인구 10만이 안 되는 소도시 '지로나'의 시장 재임 외에 이렇다 할 만한 정치경력이 없는 카를레스 푸지데몬이 2016년 1월 카탈루냐 수반에 취임한 것은 '이변'이었다.

그는 직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 때만 해도 수반 후보에 이름도 못 올렸지만, 급진좌파 민중연합후보당(CUP)이 쥔 캐스팅보트로 예상치 못하게 집권에 성공했다.

CUP는 아르투르 마스 전 수반에 대한 강한 거부감으로 같은 중도우파 카탈루냐유럽민주당(PDeCAT)의 상대적 '신참'이었던 푸지데몬을 수반 자리에 앉히는 데 동의했다. 이처럼 푸지데몬은 카탈루냐 의회를 구성한 다양한 정파들이 일종의 '타협책'으로 선택된 리더였다.

당시 카탈루냐 정가에서는 푸지데몬이 유약한 성품에 정치경력도 짧아서 카탈루냐유럽민주당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아르투르 마스 전 수반으로부터 '섭정'을 당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우파진영에서는 "푸지데몬은 CUP의 꼭두각시"라며 CUP가 푸지데몬을 발판으로 카탈루냐를 사회주의 독립국가로 끌고 갈 것이라는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여전히 카탈루냐에서는 푸지데몬이 스페인 민주화 이후 최대 위기인 현 상황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스페인 중앙정계에서도 푸지데몬이 이끄는 카탈루냐 집권세력연합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푸지데몬은 이런 비판과 다양한 정파들의 요구 속에서도 오히려 권력기반을 다지며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올해 초에는 중도우파 내각 중 5명이 독립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에 반발한다는 이유로 전격 경질하는 강단을 보이기도 했다.

유약한 푸지데몬이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그는 오히려 스페인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풀뿌리 시민사회단체들을 도움으로 지난 1일 주민투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스페인 정부는 수천 명의 경찰을 카탈루냐에 보내 투표소들을 급습했지만, 전체 투표소의 10%가량만 폐쇄하는 데 그쳤다.

1962년 카탈루냐의 산간마을 아메르에서 대대로 빵집을 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아직 독립운동이 조직화하지 않은 20대부터 카탈루냐 민족주의에 눈을 떴다.

스물 한 살 나이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에는 대학 공부(카탈루냐 언어학)를 중단하고 신문기자에 투신했고, 나중에는 뉴스통신사 임원까지 지내고서 정치에 투신했다.

그가 독립구상을 구체화한 것은 1991년 슬로베니아 방문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의 전기작가 카를레스 포르타에 따르면, 당시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막 독립한 슬로베니아는 주민투표와 내전에 이어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독립을 달성한 케이스로 20대 후반의 푸지데몬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유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푸지데몬은 막강한 스페인 정부를 상대로 "감옥행도 불사하겠다"면서 최후의 일전을 벌이고 있다.


◇화려한 경력, 특유의 인내력…대화제의 거부하고 카탈루냐 완전굴복 압박



라호이 총리는 끈질긴 생명력과 노련한 정치 수완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1951년 갈리시아 지방의 판사 집안에서 태어나 20대 때 정치에 입문했다. 중앙정계에 진출한 뒤에는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로페스 전 총리 시절에 내무장관 등 4개 부처 장관을 역임하는 등 화려한 정치경력을 자랑한다.

현 집권 국민당(PP) 대표로 2004년과 2008년 총선에서 잇따라 사회당에 패했지만 축출되지 않고 2011년 총선을 다시 한 번 이끌어 '2전 3기'에 성공했다.

그는 국민당이 작년 총선에서 과반의 승리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제 정당들이 10개월간이나 각축전을 벌이면서 '무정부' 상황이 이어진 끝에 작년 11월 두 번째 임기를 겨우 시작했다.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당이 1년 만에 세 번째 총선을 치르는 상황을 피하려고 신임 투표에서 기권을 선언하면서 총리 재선에 턱걸이로 성공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의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남다른 인내력과 자제력, 정치지형을 본능적으로 읽어내는 안목이 좌파를 상대로 기권을 선언하게끔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겨우 정부를 꾸린 라호이 총리는 그러나 스페인 역사상 집권당 의석수가 가장 적은 소수정부를 이끄는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제1야당 사회당과 각종 정책추진을 놓고 반목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추진을 계기로 스페인 정계는 예상치 못한 거국적인 협력국면을 맞았다.

사회당은 라호이 총리의 카탈루냐에 대한 자치권 박탈(헌법 155조 발동안)에 협력한다는 의사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나아가 카탈루냐 사태와 같은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헌법 개정에 착수한다는 데에도 집권당과 합의해줬다.

카탈루냐 독립세력의 발흥을 억누르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해온 목소리도 쑥 들어갔다. 오히려 라호이 총리는 푸지데몬의 '독립선언 유보와 대화 제의' 제안도 전격 거부하며 '완전굴복'을 압박하고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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