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중소조선소 '어떻게 처리하나' 골머리

입력 2017-10-29 08:01  

국책은행, 중소조선소 '어떻게 처리하나' 골머리

7월 실사 개시했으나 결론 못내리고 고심 중

죽이기도 살리기도 어려운 상황…"정부가 해결 나서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국책은행이 중소조선소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업체와 경쟁을 감안하면 독자 생존이 어려워 살리기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죽이기에도 난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7월부터 STX조선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면서 향후 독자 생존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역시 7월부터 성동조선에 대해 실사를 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수은은 성동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다.

중소조선소 처리 문제로 고민하는 양대 국책은행이 처한 상황은 닮은 점이 적지 않다.

STX조선, 성동조선 모두 외부 지원 없이 영업활동만으로 생존이 가능한지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는 점이 그 하나다.

조선업황 자체가 여전히 침체된 가운데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업체와의 경쟁에서 두 조선사가 좋은 가격으로 배를 수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조선업계는 보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수주하면 결국 적자만 쌓이게 된다.





국책은행이 처리 방안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장고하는 점도 닮았다. 실사는 통상 1∼2개월이면 완료되는데 실사를 개시한 지 3개월 넘게 채권단의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이 1년여 만에 법원의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하자 실사에 들어갔다. 당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STX조선의 법정관리 종결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산업은행은 아직도 STX조선과 작업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조선업계는 실사 결과가 8월에 나왔음에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은은 9월 말 나온 조선·해운시황 전문분석기관인 클락슨의 수주 전망 자료를 반영하려다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모두 1년 이상 장기간 수주 공백으로 조만간 일감 부족사태에 직면한다.

성동조선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 3척을 다음 달 초 인도하면 내년 1월까지 두어 달가량 일손을 놓아야 한다.

STX조선은 올해 4월부터 수주를 재개해 성동조선보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낫지만 내년 초에 야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어려울 정도로 일감이 떨어진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에 어려움을 겪은 점도 같다.

RG는 계약대로 배가 인도되지 못했을 경우 선주가 조선업체에 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선주에게 돌려주겠다는 보증으로, RG가 없으면 수주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는다.

수은은 성동조선이 5월에 수주한 탱커에 대해 RG 발급을 미루다가 7월에 가서야 내줬다. '영업이익이 나아 한다'는 RG 발급 가이드라인을 고수하다가 성동조선의 일감 확보를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기준을 완화해 RG를 발급해줬다.

STX조선은 현재 진행형이다. 7월 그리스 선사로부터 수주한 탱커에 대해 RG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STX조선은 산업은행에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으나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정상화 가능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장기적으로 생존 가능성이 없는 기업에 RG를 발급해줬다가는 결국 채권단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RG 발급이 지연되면 수주가 취소될 수 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수주 건은 이달 말이 '데드라인'이다.

7월 수주 건에 대해 RG를 발급받지 못하면 9월에 수주한 선박 4척과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수주 건도 영향을 받아 수주 취소 릴레이가 이어질 우려도 있다.

결국 중소조선소의 처리 문제를 채권단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채권단이 살리기로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인력감축과 같은 이해당사자들의 고통분담을 채권단만의 힘으로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중소조선소를 죽이는 결정은 더더구나 힘들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데다가 내년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STX조선, 성동조선 모두 조선소가 경남에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이 '위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