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윤동주 마지막 흔적 머문 곳에 日시민들이 기념비 건립

입력 2017-10-28 19:20  

시인 윤동주 마지막 흔적 머문 곳에 日시민들이 기념비 건립

시민단체 12년만에 결실…교토 윤동주 사진촬영지 인근에 詩 '새로운 길' 새겨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교토(京都)의 한 시골 마을에서 윤동주를 기리는 기념비가 시인의 일본 '팬'들에 의해 세워졌다.

교토 우지(宇治)시 지역 시민들이 중심인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 위원회'(이하 위원회)는 28일 우지천(川) 신핫코바시(新白虹橋) 기슭에서 '기억과 화해의 비'(記憶と和解の碑)를 제막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가 적힌 기념비는 교토부(府) 내에만 도시샤(同志社)대학과 교토조형대 등 2곳에 이미 있다. 도시샤대학은 시인이 다녔던 대학교며 교토조형대는 시인의 하숙집이 있던 자리다.

이번에 설립된 기념비는 일본의 대학 캠퍼스 밖에 세워진 윤 시인에 대한 첫 번째 기념비다. 크기(가로 120㎝·세로 175㎝·폭 80㎝) 역시 가장 크며,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직접 모금을 하고 힘들게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내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지시는 현존하는 윤 시인의 마지막 사진이 촬영된 장소라는 점에서 시인과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도시샤 대학 재학 중이던 윤 시인은 1943년 6월 대학 친구들과 함께 송별회를 한 뒤 우지천 아마가세쓰리바시라는 다리 위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이 사진은 1995년 NHK와 KBS가 공동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제작 중 함께 사진을 찍은 친구의 소지품 속에서 발견됐다. 윤 시인은 사진 촬영 한 달 뒤인 1943년 7월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송몽규)와 조선문화와 민족의식 고양을 도모했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1945년 2월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숨졌다.

이날 건립된 시비는 처음 건립이 추진된 이후 12년 만에 힘들게 탄생한 결실이다.

시작은 윤동주 시인과 우지시의 인연을 알게 된 시민들의 모임에서였다. 시인에 대한 관심을 나누던 이들이 2005년 시비를 만들자며 모임(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을 만들었고 모금활동을 시작했다.

힘들게 모은 돈으로 시비 제작까지 마쳤지만, 이번에는 장소가 문제였다. 교토부가 우지시와 시인 사이의 연고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시비 설치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서명운동을 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 우지시와 시인의 인연을 찾는 작업을 펼치며 계속 교토부 등의 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협조를 얻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시즈가와(志津川)구로부터 설치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소식이 왔고, 결국 모임 발족 후 10년을 훌쩍 넘겨 이날 기념비를 제막하게 됐다.







한반도와 일본의 화강암 2개로 만들어진 '기억과 화해의 비'에는 윤 시인이 1941년 모교 연희전문학교의 학우회지 '문우'에서 발표한 시 '새로운 길'이 한글과 일본어로 새겨졌다.

윤동주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나무 그루터기라는 뜻의 '주(株)라는 것에 착안해 기념비는 한글이 새겨진 한반도산과 일본어가 새겨진 일본산의 화강암이 각각 윤동주를 상징하는 나무 기둥 모양의 화강암을 떠받치는 형상을 갖췄다.

이날 제막식에는 주민, 시민 활동가, 일본과 한국 언론 등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윤 시인의 유족 중에서는 시인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교수가 참석했고 모교 연희전문학교의 후신 연세대의 백영서 인문대학장도 자리에 함께했다. 특히 시비 건립 소식을 듣고 부모와 함께 제막식에 참석한 한국 학생들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제막식에서 안자이 이쿠로(安齋育郞) 대표(리쓰메이칸<立命館>대 특명교수)는 "기념비 설립은 글로벌 규모의 평화를 생각하면서 지역에서 행동을 일으키는 방식의 시민운동이 열매를 맺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념비를 세계적인 평화 활동의 거점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윤인석 교수는 "이 지역에 '기억과 화해의 비'가 세워지도록 힘써주신 분들께 고맙고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기념비가 세계 평화와 인간의 존엄성을 확인하는 발신지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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