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 트럼프 순방…수백조원대 선물보따리

입력 2017-11-09 19:04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 트럼프 순방…수백조원대 선물보따리

韓서 90조원·中서 280조원 등…北안보 이슈와 경제이익 맞바꾼 전략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지난 5일부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중일 3개국 순방은 '돈(무역)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북핵이 이번 순방의 최대 의제였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이러한 안보 이슈를 지렛대 삼아 3개국을 차례로 돌며 수백조원대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를 두둑이 챙겼다는 점에서 트럼프 특유의 사업가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첫 순방국인 일본에서 극진한 대접(오모테나시)을 받는 가운데서도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무역 불공정' 문제를 대놓고 꺼내 들었다.

그는 방일 이틀째인 지난 6일 오전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미일 기업 경영자 대상 간담회에서 "미일 무역은 공정하지도, 개방되지도 않았다"면서 양국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어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동맹이 지금처럼 긴밀한 적이 없었다"면서도 "일본과 불공평한 무역관계 해소에 노력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장비를 구입하면 상공에서 북한 미사일을 쏘아 떨어트릴 수 있다"며 미국산 무기 세일즈도 빼놓지 않았다.

이에 아베 총리는 "양국 간 무역투자를 활성화해 에너지, 인프라 등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화답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에 대해서도 "일본의 방위력을 질적, 양적으로 확충하겠다. 미국으로부터 더 구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주도하는 여성기업가 지원 기금에도 5천만 달러(약 558억원) 쾌척을 약속하는 등 트럼프 환심사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방문을 마치고 7일 오전 한국에 온 트럼프 대통령의 첫 일성(一聲)도 무역에 관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도착 직후, 그것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미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핵 문제보다는 '무역'에 초점을 맞춰 한국에 온 첫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잠시 후 문 대통령과 곧 무역에 관해 훌륭한 미팅(한미 정상회담을 언급)을 한다"며 "바라건대 그 회의가 잘 풀려서 우리가 미국 내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길 바란다. 그게 바로 내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총 748억 달러(약 83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청와대와 백악관이 8일 발표한 공동언론발표문에 따르면 이날 열린 대한상의 주관 기업인 간담회에서 42개 한국 기업이 향후 4년간 미국에서 총 173억 달러 상당의 사업을 추진키로 하는 등 총 748억 달러 규모의 사업 추진 및 미국 상품·서비스 구매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우리 정부는 상당 규모의 미국산 무기도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 청와대는 핵추진 잠수함을 비롯해 최첨단 군사정찰자산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군 안팎에서는 핵잠을 제외한 미국산 무기 구매액만 최소 7조8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세번째 방문국인 중국에서 무려 '2천535억 달러'(약 280조원)에 달하는 미중 경협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한중일 무역 순방의 '정점'을 찍었다.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CASHC)가 미국 보잉으로부터 370억 달러(약 41조3천억 원) 규모의 항공기 300대를 사들이기로 합의하는 등 중국의 미국산 구매목록에는 비행기, 에너지, 농산물, 부품, 생명과학 등이 총 망라됐다.

중산(鍾山) 중국 상무부장은 "양국 기업이 기적을 만들었다"며 "2천535억 달러라는 금액은 미중 경협 사상 최대 규모이며 세계 경협 역사에서도 신기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성과'는 철저히 계산된 협상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고조로 치닫는 북핵 위기 속에서 한중일 3개국과의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빈틈없는 안보 공조를 약속하는 대가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최대한 얻어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기간 한층 정제된 대북 발언으로 문재인 대통령과의 '엇박자'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안보 불안을 덜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중국에서도 대북 제재를 위한 압박 수위를 예상보다 누그러뜨렸다는 평이 나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한중일 순방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경협 성과를 이뤄내기 위해 순방 직전 대북 비난 수위를 한껏 높여 상대방을 궁지로 모는 협상 기술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y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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